
화학기업들이 지식재산 전략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등이 발달함에 따라 지식재산 정보 검색 및 가시화가 용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지식재산 관련부서는 업무내용이 신규 특허권리 확보에서 경쟁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 공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쟁기업의 특허망을 피하는 것이 전략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지식재산 관련활동을 통해 경영전략을 뒷받침하고 있어 앞으로 지식재산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태로 LiB(리튬이온전지)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지식재산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배터리 소송 조기 승소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14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배터리 소송은 미국 ITC가 조기 패소를 결정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해 △LG화학이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LG화학이 5월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 △SK이노베이션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 △SK이노베이션이 9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 제기 △LG화학이 9월 특허침해 맞소송 제기 등을 포함해 모두 6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6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며 조만간 결정의 근거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제출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한 의견서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LG화학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승소하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결정된 배터리의 생산‧유통‧판매가 금지된다.
LG화학은 미국 판례 등을 토대로 조기패소 판결의 기초 사실에 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가 법원에서도 인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가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ITC의 첫 판결이 나옴에 따라 합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LG화학 역시 중국, 일본기업들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이 장기화되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합의에 응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나머지 소송과 별개로 합의를 시도하고, LG화학이 금전적 배상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이전에 관련 소송전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발달로 지식재산 응용범위 확대
화학기업들은 연구개발(R&D) 부문이 개발한 기술 및 상품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식재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신기술에 대한 권리를 신속하고 많이 확보함으로써 특허의 아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이전부터 특허를 사업전략에 활용했으나 최근 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흐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허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됨에 따라 경쟁기업과의 지식재산 정보 비교가 용이해졌기 때문으로, 지식재산 맵을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식재산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나 맵을 통해 직감적인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경영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R&D 부문과 지식재산 부문에 경영진과 사업부가 관여하면서 지식재산을 경영에 활용하는 IP Landscape(IPL)가 보급되고 있다.
지식재산 조직의 구조도 경쟁기업 공략을 의식한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특허 및 권리 확보, 경쟁환경 분석, 특허전략으로 업무내용을 분류해 담당직원을 배치했으나 최근에는 사업부별로 직원을 배치해 지식재산 부문이 R&D 부문과 사업부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면서 삼위일체로 특허를 사업전략에 활용하는 화학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IPL을 기존의 사업 범위에서만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운영 경험이 적고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화학기업들은 주로 기존사업과 관련해 자사와 경쟁기업의 현황을 철저히 파악한 후 자사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와 우위성, 경쟁기업의 방향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IPL은 신규 사업영역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
지식재산 부문이 분석능력을 발휘해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면 해당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신규사업을 빠르게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으며, IPL을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함으로써 지식재산 부문이 인수를 제안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식재산은 특허에 이의를 제기해 무효화할 수 있는 특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특허는 신규성과 진보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며, 특허 권리가 이미 확보된 사실을 제시하면 해당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구입 및 인수를 통해 손쉽게 소유할 수도 있다.
IPL은 다양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사업을 보호하고 경쟁기업의 특허장벽을 허무는 특허전략으로도 중요해지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도 특허에 구멍이 있으면 사업이 불발될 뿐만 아니라 경쟁기업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규영역 공략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는 특허 공방이 거듭되고 있으며 화학기업들은 자체 특허를 보호하면서 경쟁기업의 특허망을 회피‧돌파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전혀 사업화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서도 경쟁이 시작되기 전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선행기업의 특허에서 배타성이 없음을 발견한 후 후발로 진입해 점유율 역전에 성공한 바 있다.
선행기업 특허가 미래발전 부분에서 약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기존 특허를 발전시켜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선행기업을 앞질러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세키스이케미칼은 매년 사업에 기여한 특허를 표창하는 발명대상 제도를 운영해 성공사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주택, 환경‧라이프라인, 고기능성 플래스틱 등 개별사업 부문에서 지식재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그룹의 전략을 담당하는 Corporate 부문이 신규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IPL을 활용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경쟁기업의 논문, 신문 발표 등을 통해 경쟁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신규영역을 찾아내 최근 상황이 아니라 미래 경쟁상대를 고려한 IPL을 실시하고 있다.
경쟁기업은 사업화 단계에서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으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나 사업화 이전 단계에서는 동일한 방향을 향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경쟁기업과 한 배를 타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가장 높은 장벽을 신속하게 끌어들여 경쟁에서 승리하는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카오(Kao)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 카테고리가 다양한 카오는 상품 하나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모든 상품을 아우르는 요소기술을 중심으로 R&D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요소기술을 정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지식재산 맵을 만들 방침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서는 지식재산 정보 정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경쟁기업의 기술과 비교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나 시너지, 우위성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오는 소재와 최종제품을 모두 공급하고 있으나 개발 소재는 모두 자체 생산제품에만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경쟁기업에게도 소재를 공급하는 등 지식재산 정리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전사적인 분석툴 공유로 사업기회 확대
특허전략은 양에서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허는 관리비가 매년 상승함에 따라 오래 보유할수록 코스트가 많이 소요돼 화학기업들은 특허 현황을 조사해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라 가치가 떨어진 특허를 폐기‧매각함으로써 특허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다.
분석툴을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화학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모든 사원이 지식재산에 관여함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화되고 있는 경쟁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지식재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식재산 부문도 코스트 절감이 요구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매년 특허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출원할 때에는 성공 여부를 판단해 유리한 특허를 우선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굳이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Close 전략도 증가하고 있다.
경쟁기업이 연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특허는 출원 후 모방당할 리스크를 고려해 의도적으로 숨기는 전략이다.
다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에 대한 특허는 한시라도 빨리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 균형 맞추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허현황 조사는 리스크 최소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 대비해 구축한 특허장벽이라도 기술 및 시장 트렌드가 변화하면 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 특허 보유기업들은 삼위일체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R&D 부문이 기술동향, 사업부가 시장동향을 확인함으로써 항상 정확한 위치에서 특허망을 준비하고 있다.
지식재산 부문과 다른 부문의 연계가 긴밀해짐으로써 특허 분석툴을 전사에 도입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DIC는 2020년을 목표로 분석툴을 마케팅 및 기획 부문 등에 배포할 방침이다.
지식재산 이외 부문도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분야에 특허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있으면 지식재산 전략 정밀도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글로벌화에 따라 특허도 글로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시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지식재산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어 언제든지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에 대응함과 동시에 중국시장도 필수적으로 체크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은 특허 출원건수가 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에는 양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