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신학철)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LG화학은 ITC에서 진행하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증거개시 과정에서 드러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을 비롯해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11월13일(현지시각)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에게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R&D),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 단계 전에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고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은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4월8일 SK이노베이션이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고 4월12일에도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LG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8월21일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는 삭제돼 휴지통에 있었으나 시트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1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ITC는 10월 SK이노베이션에게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면서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고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SK00066125 엑셀시트만 조사했으며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9월 말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포렌식을 진행할 때 LG화학 측 전문가도 1명 참석해 관찰하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포렌식 명령 위반 행위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으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