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나프타(Naphtha) 베이스 스팀크래커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말레이지아에서는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가 RAPI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아람코(Saudi Aramco)와 합작 설립한 Pengerang Refining & Petrochemical(PRefChem)을 통해 에틸렌(Ethylene) 300만톤의 스팀크래커를 중심으로 화학제품 330만톤 컴플렉스 가동에 들어갔다.
원래 2019년 4월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가동을 앞두고 정유설비에서 화재 및 폭발사고가 일어나 6개월 이상 연기한 끝에 10월 정비를 마무리하고 11월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도 인도네시아에서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에틸렌 13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건설하고 있다.
동남아 석유화학 자회사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을 통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자바섬 서부 반텐(Banten)에 총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도제품은 PE(Polyethylene) 60만톤, PP(Polypropylene) 60만톤, EG (Ethylene Glycol) 70만톤, 부타디엔(Butadiene) 14만톤 플랜트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NCC 프로젝트를 2000년대 초부터 계획했으나 부지 및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계속 미루어왔다.
2017년 롯데티탄을 말레이 증시에 상장시킴으로써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로부터 약 47만평방미터 부지 사용권한을 매입해 부지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2019년 프로젝트 추진을 본격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2017년 말 롯데첨단소재를 통해 추진했던 인도네시아 유일의 ABS (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기업 PT Arbe Styrindo 및 PT ABS Industri Indonesia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컴플렉스에 ABS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이에서는 PTT그룹의 자회사 타이오일(Thai Oil)이 석유화학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타이오일은 현재 P-X(Para-Xylene) 등 아로마틱(Aromatics)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최근 NCC 신규건설, 폴리올레핀(Polyolefin) 등 유도제품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
연료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큰 석유화학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자원을 집중투입해 사업구조를 전환하면서 2030년까지 순이익 10억달러 이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오일의 Wirat Uanarumit 사장은 10월17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올레핀-유도제품 체인을 구축하고 석유화학을 핵심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NCC와 폴리올레핀 플랜트 신규건설, 나아가 스페셜티 분야 생산제품군 확충 등을 통해 석유정제-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타이오일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IMO 2020 규제를 실시함에 따라 청정연료 프로젝트(CFP)도 추진하고 있다.
48억2500만달러(약 5조2400억원)을 투입해 타이 촌부리(Chonburi)의 시라차(Si Racha) 정유공장의 상압증류장치 갱신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0년 1분기 착공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원유 처리능력을 하루 40만배럴로 45%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정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 연비 개선과 전기자동차(EV) 보급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CFP 이후 석유화학 밸류체인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타당성 조사(FS)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도 P-X 52만7000톤 등 아로마틱, 일본 미쓰이(Mitsui)물산과 합작 생산하는 LAB(Linear Alkylbenzen) 12만톤 등 석유화학을 영위하고 있으나 아로마틱을 확충하고 NCC를 중심으로 체인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라차 정유공장은 부지가 충분하지 않아 램차방(Laem Chabang) 인근 해안의 차기 간척 예정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타이오일은 CFP 및 석유화학 확대 전략을 통해 순이익을 2018년 3억1200만달러(약 34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30년에는 사업비중을 석유정제 40%, 석유화학 40%, 전력 15%로 바꾸어 석유정제 의존형 구조에서 탈피함으로써 성장과 경영 안정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