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을 대표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풍부한 매장량과 채굴단가를 앞세워 오일전쟁을 본격 선언했다.
단기적인 원유 증산이 아닌 아예 산유능력을 확대해 생산량을 대폭 올리겠다고 나섰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Saudi Aramco)는 3월11일(현지시간)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에 낸 공시에서 지속할 수 있는 산유능력을 하루 1300만배럴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지속 가능한 최대 산유능력을 현재 일일 1200만배럴에서 100만배럴 늘려 1300만배럴로 상향 조정하라는 에너지부의 지시를 받았다”라고 발표했다.
아람코는 4월부터 일일 산유량을 현재 970만배럴에서 1230만배럴로 확대한다고 3월10일 예고했었다.
전문가들은 아람코의 지속 가능한 산유능력 1200만배럴을 초과한다면서 사우디가 전략 비축유까지 동원해 국제 원유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의 산유능력은 풀가동해도 일일 1230만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UAE 국영 ADNOC도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300만배럴에서 400만배럴로 33% 늘리고 500만배럴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가속하겠다고 3월11일 발표해 오일전쟁에 가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3월6일 10개 주요 비OPEC 산유국과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사우디는 3월 말로 감산 시한이 끝나는 즉시 4월부터 산유량을 늘리는 공세적인 전략으로 돌아섰다.
사우디는 또 저유가 국면을 맞아 시장 점유율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4월 선적분 원유 수출가격을 3월에 비해 배럴당 6-10달러(아랍경질유 기준) 인하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 3년간 국제유가가 하방압력을 받는 지정학적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산유량을 조절하면서 국제유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으나 공조가 막을 내린 것이다.
사우디의 증산으로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미국의 셰일오일(Shale Oil)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다. 셰일오일은 중동 산유국의 유전보다 생산단가가 높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아야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한 것도 러시아 석유산업을 제재하는 미국에 대해 국제유가를 내려 셰일오일 산업에 피해를 주는 식으로 반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미국은 지난 3년간 OPEC+가 감산 합의를 통해 국제유가를 떠받친 덕분에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