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이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수년 동안 시황 악화가 계속된데 이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악화까지 덮치면서 화학기업들이 기존사업 중단 및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SK울산콤플렉스에 소재한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20만톤의 No.1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을 12월부터,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3만5000톤 플랜트는 2분기에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가동중단은 설비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계약물량 공급을 위해 안전점검과 함께 서서히 가동을 중단해나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OCI와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소재 생산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Polysilicon) 생산을 줄이고 반도체 용도 등 고부가제품 확대로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중국과 품질 차이를 내기 어려운 범용제품이나 국내기업의 생산원가가 중국산의 2배에 가까워 적자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OCI는 2018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으며 2019년에도 영업적자 180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군산공장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고부가제품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광용은 말레이 공장에서 생산해 원가를 25% 이상 절감하고 반도체용은 5월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해 생산량을 2020년 1000톤, 2022년에는 5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화솔루션도 수년 동안 적자를 기록한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순환경제 추진을 위해 친환경 가소제와 수첨수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장기불황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국제유가 폭락으로 감산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3월부터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15% 낮추었고,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 에쓰오일은 정상 가동하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동률 하향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 장기화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희망퇴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OCI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에쓰오일도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폭락이 겹친 2020년 1분기 화학기업들이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고부가 사업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화토탈은 2021년까지 고부가 PE(Polyethylene), PP(Polypropylene)를 각각 40만톤씩 증설할 계획이며, 롯데케미칼도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2020년부터 실시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 함량 규제 IMO2020에 대응하는 저유황유 등 고부가제품 생산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