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돌돌 말리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나 피부에 붙이는 센서 같은 전자소자에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기판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정윤영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팀은 유연 기판 내부에 탄성체(고무)를 넣어 전자소자 전극으로 사용되는 딱딱한 물질도 부드럽게 구부릴 수 있는 신개념 유연 기판을 개발했다고 5월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등 유연성이 뛰어난 신소재를 활용해 유연한 전자기기를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으나 기존 소재보다 코스트가 높고 다루기가 까다로워 양산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현재 휘어지거나 접히는 전자기기를 제조할 때는 주로 유연성이 높은 PI(Polyimide)로 만든 기판을 투입하나 기판을 PI로만 만들지 않고 PI층 사이에 탄성체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변형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PI 사이에 탄성체 PDMS(Polydimethyl Siloxane)를 넣어 기판의 유연성과 충격 흡수력을 높였다. PI는 자체가 유연한 소재이지만 PDMS는 PI보다 1000배 이상 더 부드러운 소재이다.
응력감쇄형 유연기판은 구부렸다 펼 때 표면 변형률이 PI기판보다 80% 이상 감소하고 기판을 5000번 이상 굽혔다 편 뒤에도 전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개발한 기판 위에는 기존의 딱딱한 전극 소재도 적용할 수 있다. 기판 위에 인듐주석산화물(ITO) 전극을 붙이고 기판을 반지름이 4mm가 되도록 수차례 말아도 깨지지 않았다. 일반 PI기판을 사용할 때는 전극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고 ITO는 일반 디스플레이에는 널리 사용되지만 깨지기 쉬워 유연 디스플레이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다.
정윤영 교수는 “기판 구조 엔지니어링을 통해 표면의 전자소자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응력 감쇄형 유연 기판을 개발했다”며 “유연 기판에 삽입된 부드러운 탄성층이 기판이 구부러질 때 표면의 딱딱한 전극 소재에 가해지는 응력을 크게 줄여준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유연 디스플레이 시장이 2019년 기준 79억1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연평균 25.9% 성장해 2025년에는 3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고, 관련 기술을 국내특허와 미국특허로 각각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