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람코(Saudi Aramco)가 석유화학 사업에 대규모 투자에 단행한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는 2019년 4월 최초로 회사채를 발행함으로써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고 사우디 최대 화학 메이저인 사빅(Sabic)의 주식 취득에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런던증권거래소에 영업실적을 공개한 결과 2018년 순이익이 1111억달러(약 126조2500억원)로 2위 애플(Apple) 594억달러, 3위 중국공상은행 452억달러의 2배를 넘어섬으로써 회사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빅 인수를 계기로 석유화학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며, 특히 아시아·태평양에서 정유·석유화학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매출 3559억달러에 순이익 1111억달러
아람코는 2020년 말까지 사우디 정부계 투자기업 PIF가 보유한 사빅 지분을 약 700억달러에 취득해 자회사화할 예정이다.
당초 회사채 100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발행액을 20억달러 더 늘려 사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빅은 PIF가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사우디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사우디 정부는 예전부터 아람코와 사빅의 통합을 검토했으나 주식이전 등을 통한 완전 합병이 아니라 PIF가 보유한 사빅 지분을 전량 아람코가 취득함으로써 자회사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 120억달러를 포함해 사빅의 지분 취득에 투자할 자금은 PIF를 통해 사우디 정부의 경제 구조개혁 계획인 비전2030 추진에서 올린 수익을 더함으로써 마련할 방침이다.
아람코는 2018년 1017억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해 사우디 세입의 약 8%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사우디 정부가 비전2030을 추진하는데 자금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람코는 2018년 매출액 3559억달러에 순이익 1111억달러로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30만배럴에 달하며 세계 최대 민간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이 기록한 234만배럴의 4배를 넘었고, 천연가스 생산량도 89만입방피트를 기록했다.
원유 정제능력은 2018년 기준 하루 490만배럴이었고, 2019년에는 말레이지아 조호르(Johor)와 사우디 남서부 지잔(Jizan)에 건설한 신규 정유공장을 상업가동함으로써 560만배럴로 확대됐다.
사빅 인수 통해 석유화학 확장 가속화
사우디 정부는 당초 아람코의 주식 5%를 2018년 상장하고 조달자금을 바탕으로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계획이었으나 2021년 이후로 연기했다.
상세한 경영정보를 공개하면 대규모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나, 사우디 정부는 여전히 아람코 상장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아람코는 처음부터 사우디 국왕의 명령에 따라 설립된 국영기업으로 법인세 납부 의무가 없어 이슬람교의 자카트(이슬람교도의 기본적 의무 중 하나) 형태로 수익 일부를 국고에 헌납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은 변경하지 않은 채 2018년 1월까지 아람코를 회사법을 기반으로 한 합병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주식시장 상장이 가능해졌고 법인세 납세 의무가 발생했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 아람코의 가치를 2조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시장 관계자들이 의문시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영업실적으로 평가하면 수익과 자산을 고려할 때 가치가 1조-1조2000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빅 인수에 성공한다면 사우디 정부의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빅은 2018년 매출 1690억리얄(약 50조원)에 세전이익 357억리얄(약 11조7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초화학제품부터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까지 광범위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사빅을 인수하면 아람코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상장을 통해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빅 인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아람코가 최근 비전2030에 맞추어 사우디 뿐만 아니라 중국, 인디아, 아시아·태평양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빅 인수는 화학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석유화학, COTC 중심 아시아 투자 확대
아람코는 석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유턴을 추진하면서 COTC(Crude Oil to Chemical)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COTC는 석유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술로 중장기적으로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휘발유(Gasoline) 등 연료유 생산을 줄이고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부상하고 있다.
아람코와 사빅은 18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석유정제설비는 석유화학제품용 투입비율이 8%에 불과하나 아람코와 사빅은 75%를 석유화학제품용으로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OTC는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석유정제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에서 경쟁력이 높은 셰일가스(Shale Gas)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신증설이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COTC, 셰일 뿐만 아니라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유에 관한 황 함유량 규제가 석유화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람코는 COTC와 별개로 말레이지아에서는 페트로나스(Petronas)와 합작으로 석유정제 40만배럴 및 에틸렌(Ethylene) 120만톤 컴플렉스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일부를 상업가동했으며, 미국에서는 에틸렌 150만톤의 ECC(Ethane Cracking Center) 프로젝트를, 중국 랴오닝성(Liaoning)의 판진(Panjin)에서는 석유정제 30만배럴 및 에틸렌 15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빅도 미국에서 엑손모빌과 합작해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ECC를 중심으로 MEG(Monoethylene Glycol),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플랜트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위기감 고조 가능성
아람코는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폭락함으로써 투자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OPEC+(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연합체)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글로벌 원유 시장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5일(현지시각)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국제유가가 3월 중순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Wuhan)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4월부터 원유 생산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20달러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바 있다.
3월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4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 원유)가 배럴당 10.1% 폭락해 41.28달러에 거래를 마침으로써 2016년 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브렌트유(Brent)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이 9.44% 폭락해 45.27달러를 형성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거듭해 브렌트유는 3월17일 30달러가 무너졌고 WTI는 3월18일 20.37달러를 형성했다.
추가감산 협상 결렬로 아람코가 4월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1200만-1300만배럴로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급과잉 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람코는 3월 초 기준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이 970만배럴을 기록했다.
4월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원유 재고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저장공간 부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4월20일 브렌트유가 25.57달러를 형성하고 WTI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인 마이너스 37.63달러로 55.90달러 대폭락했다.
OPEC+가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10%에 해당하는 100만배럴 감산에 돌입해 감산기간을 연장하는 등 공급과잉 해소에 주력하며 5-6월에는 30-4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락이 미국 석유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셰일오일·가스는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로 봄부터 이미 적자에 들어갔고 6월 들어 국제유가가 40달러대를 회복했으나 상승폭이 미미해 머지않아 셰일 시추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