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소형화 한계를 극복할 신소재를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은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자는 실리콘(Silicone) 같은 반도체, 금속, 절연체 등으로 구성되며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 소자(회로) 등을 더 작게 만드는 기술과 함께 작아질수록 증가하는 전기간섭 영향 등을 줄일 수 있는 우수한 절연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내부 전기간섭이 심해져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전기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초저유전율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소형화 한계를 극복할 핵심으로 주목되고 있다.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적 간섭이 줄어들어 반도체 소자 내부 금속 배선의 간격을 좁힐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를 더 작게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유전율이 1.78로,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절연체인 다공성 유기규산염(유전율 2.5)보다 훨씬 낮은 비정질 질화붕소(a-BN) 소재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질화붕소는 그동안 널리 연구돼온 소재로 규칙적인 결정구조를 가진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는 화이트 그래핀으로 불리며 절연체로 사용되고 있고 원자 배치가 불규칙한 비정질 질화붕소도 1960년대부터 연구됐으나 유전율이 3-6 정도여서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팀은 육방정계 질화붕소가 기판에 증착되는지 연구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우수한 유전율 특성을 발견하고 반도체 절연체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현재의 반도체 공정 조건에서 플라스마를 도입한 화학기상증착법으로 반도체에 사용되는 기판에 3나노미터 두께의 비정질 질화붕소 박막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새로 제작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기존에 보고된 a-BN보다 결정성이 더 낮았고 전기소자(커패시터)를 만들어 유전율을 측정한 결과 1.78(100kHz 교류전류 주파수)과 1.16(1MHz 교류전류 주파수)으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a-BN을 구성하는 원자 배열이 불규칙해 주변에 전기가 흐를 때 형성되는 내부 분극 현상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으나 a-BN은 자체 유전율이 낮아 해당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석 UNIST 교수는 “해당 물질이 상용화되면 중국 반도체 굴기와 일본 수출규제 등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