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기업들이 기대했던 저유황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유4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IMO(국제해사기구)가 세계적으로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을 낮추는 규제 IMO 2020을 2020년 1월부터 시행함에 따라 저유황유 생산능력 확대로 대응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선박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선박유 가격정보 발표기업 쉬핑앤벙커닷컴에 따르면, 8월 거래된 저유황유 가격은 배럴당 53.1달러로 1월 102.6달러에 비해 51.7% 폭락했다. 기존에 선박유로 사용되던 고유황유는 1월 배럴당 56.8달러를 형성했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IMO 2020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170개 회원국의 항구에 들어서는 대형 선박은 대부분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접안이 가능하다. 산성비 원인이 되는 황 배출량을 줄여 선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선박용 저유황유 전용 생산설비를 구축한데 이어 선박연료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2020년 초 1조원을 투자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에쓰오일 역시 울산공장에 잔사유(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를 증설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저유황유 판매로 영업이익을 2000억-3000억원, 현대오일뱅크도 1000억원 가량을 예상했으나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