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정착 후 수요 겨냥한 경쟁도 치열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정착된 이후를 겨냥한 신소재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층 세라믹 컨덴서(MLCC) 최대 메이저인 무라타(Murata Manufacturing)는 5G 기기에서 채용실적을 다수 거둔 수지다층기판의 용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LCP(Liquid Crystal Polymer)만이 발휘할 수 있는 뛰어난 고주파(RF) 특성을 중심으로 얇고 복잡하면서도 굴곡진 가공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어폰, VR(가상현실) 장치에도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제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라타의 수지다층기판은 LCP 시트에 동박 시트를 끼워 넣음으로써 전기회로를 형성하는 방식이며 5G 시대에는 전송과정에서 누락되는 데이터를 크게 줄일 수 있도록 작은 밀리파 모듈용 기판이나 스마트폰 분야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변성 PI(Polyimide)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고주파 특성을 유지하면서 접착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채용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EUV 레지스트, 수출규제에도 투자는 계속…
전자부품 및 제조장치 생산기업들은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관련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JSR과 TOK 등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레지스트 뿐만 아니라 세정제, 포토마스크 분야에서도 일본기업들이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5G나 AI(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이 확대되면 EUV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최첨단 반도체가 늘어나는 만큼 증설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부터 EUV 레지스트, 불화수소, 불소계(Fuluorine) PI를 대상으로 한국수출을 규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외공장 건설 등으로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으며 EUV에 대응할 수 있는 초고순도 화학약품 생산기업들도 함께 타격을 받았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이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틈새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닛산케미칼(Nissan Chemical)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순이익이 8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와 FPD(Flat Panel Display)용 기능성 소재 사업이 호조를 계속한 덕분이며 EUV 레지스트 매출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UV 소재는 2020회계연도에도 매출이 6억엔 이상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닛산케미칼은 레지스트가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층막 기술을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존 투과형 마스크를 사용한 광 리소그래피는 회로 패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불필요한 반사를 막기 위해 반사방지막(ARC)을 필수적으로 도입했지만, 전체 반사형 마스크를 사용하는 EUV 리소그래피에서는 ARC가 필요하지 않고 2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레지스트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레지스트 층 아래에 아주 얇은 특수한 층을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마스크, 호조 계속되며 신규진출도 잇따라…
포토마스크 역시 돗판인쇄(Toppan Printing), DNP(Dai Nippon Printing) 등 일본기업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포토마스크는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기 위한 원판이며 EUV 포토마스크는 몰리브덴(Molybdeum)이나 실리콘(Silicone)을 여러 겹 겹친 반사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원판인 마스크 블랭크 생산을 확대하는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AGC는 7월 말 EUV 마스크 블랭크 공장을 확장하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1분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타격을 받았으나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0%로 확대하고 매출액 400억엔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호야(HOYA) 역시 EUV 마스크 블랭크 사업에서 호조를 누리고 있다.
1분기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2분기에도 EUV 마스크 블랭크 사업은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메이저들이 차세대 회로선폭인 3나노미터 이하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고 EUV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폴 생산라인에서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호야는 원래 일본 야마나시(Yamanashi)에 소재한 나가사카(Nagasaka) 공장에서만 마스크 블랭크를 생산했으나 사업계속계획(BCP) 상 해외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2년 싱가폴에도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싱가폴 공장은 당초 ArF(불화아르곤) 대응까지 가능한 상태였으나 이후 250억엔을 추가 투입해 EUV 대응설비를 도입하고 최근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도 EUV 마스크 블랭크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EUV 제조장치, TSMC 미국 진출 기대
EUV 제조장치 분야에서도 일본기업들이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EUV 노광기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2분기 매출액이 33억3000만유로로 30.0%, 순이익은 7억5000만유로로 57.0%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용 레지스트 도포 및 현상장치는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이 100% 장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EUV 리소그래피 대응 공장을 신규 건설한다면 도쿄일렉트론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워반도체, 기기‧소재 급성장 “기대”
파워반도체 시장도 5G 시대에 급성장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5G, IoT(사물인터넷)용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산업기기의 전원 효율을 개선하고 소비전력을 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을 사용한 차세대 파워반도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기기 뿐만 아니라 소재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자동차(EV) 탑재가 예상되고 있는 SiC 기기용 소재는 결정의 결함 저감, 대구경화 및 공급 확대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작기기나 지하철 차량 구동모터를 제어하기 위해 600볼트에서 수천볼트에 달하는 고내압 SiC 파워반도체를 사용한 고효율 인버터(직류‧교류 변환기)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기업들도 차체 소형‧경량화와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인버터를 SiC로 전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SiC 관련기업들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수급이 타이트해진 SiC 웨이퍼는 구경이 100mm에서 150mm, 200mm 등으로 대형화되고 있으며 기기 코스트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SiC 웨이퍼 생산기업들이 150mm 양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는 200mm급 양산에 나서 주목된다.
SiC 웨이퍼는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소수에 불과해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가 단번에 시장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는 2016년 SiC 웨이퍼 최대 메이저인 미국 크리(Cree)로부터 파워반도체 부문인 울프스피드(Wolfspeed)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세계 최대 생산체제를 확보를 계획했다.
그러나 미국이 안보상 허가하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으며 크리가 2019년 200mm급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 역시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SiC, 대규모 설비투자 가속화
이태리-프랑스 합작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도 SiC 파워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크리와 대량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스웨덴 SiC 웨이퍼 생산기업인 Norstel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경쟁기업인 로옴(Rohm)의 독일 자회사인 사이크리스탈(SiCrystal)과 SiC 웨이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조달망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SiC 소자(MOSFRT) 양산에 성공한 로움은 파워반도체는 물론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기기 분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사업도 중시하고 있으며 EV 공장이 다수 집적돼 있는 중국에 대한 공세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SiC 파워반도체는 6월 독일 컨티넨탈(Continental) 그룹과 EV 공동개발 관련 협약을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이나 2021년 이후 10년 계획에서 설정한 성장궤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맞추어 생산체제 쇄신도 본격화해 생산라인을 무인화하고 여러 생산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험설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도시바(Toshiba)는 주력사업이던 플래시 메모리를 매각하고 반도체 사업에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SiC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히메지(Himeji) 공장을 조기 증설해 150mm 대응 전공정 라인을 새로 건설하고 2022회계연도에는 철도용 신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미츠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 후지전기(Fuji Electric)가 SiC 기기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학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쇼와덴코(Showa Denko)는 SiC 에피택셜 웨이퍼 고품질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양산을 시작했고,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결정 결함을 크게 줄인 대형 GaN 기판(108×105mm) 제조기술을 개발해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온고내압 용기 안에서 초임계 상태를 나타내는 암모니아(Ammonia)에 고순도 GaN 다결정체를 용해시켜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독자적인 프로세스를 활용해 파워모듈의 소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AGC는 SiC나 GaN를 능가하는 파워반도체로 산화갈륨에 주목하고 있다.
산화갈륨을 생산하는 소재 노벨크리스탈테크놀로지(Novel Crystal Technology)에 추가 출자를 결정했으며 유리 제조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조기 양산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