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서 LG화학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월26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준 총괄사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화학과 벌이고 있는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미국 사업을 계속할 의미가 없게 만들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현재 미국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ITC 결정을 뒤집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반응으로 파악된다.
이명영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LG화학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한번도 발화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감사위원회는 3월10일 LG화학 측이 요구하는 배상금이 과도하면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는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에 진전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사회 감사위원회에서 밝힌 것 외에 추가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직후 LG에너지솔루션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아직까지 ITC 결정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고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 관련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하자”고 반박했다.
ITC 배터리 분쟁과 관련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4월11일까지이다.
양측은 3월 초까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3조-4조원,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수준의 배상금을 제시하며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김정관, 최우석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 상정 안건이 모두 통과됐고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김준 대표이사, 김유석 배터리마케팅본부장 등 일부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정체성과 포트폴리오, 자산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혁신해 친환경 에너지 및 소재 중심 기업 뉴(New) SK이노베이션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