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일본, 한국 등이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면서 수전해(Electrolyser) 설비가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진정한 수소경제를 구축하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베이스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하나 수전해 설비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제조방식에 따라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수전해 수소(그린수소)로 구분된다.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설비로 부상
국내에서는 현재 부생수소와 추출수소가 수소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한 수소 생산방식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린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를 구축하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고성능 수전해 설비가 필요하나 한국은 아직 수전해 설비의 효율이 떨어지고 핵심소재 생산기술이 부족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019년 기준으로 독일이 55MW 이상의 수전해 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10MW에 불과하고 한국은 아직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전해는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수전해 설비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으로 구성된 수전해 셀로 이루어져 있다. 음극·양극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각각 발생하고 분리막은 수소와 산소의 혼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수전해 설비의 효율은 수전해 셀의 성능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노르웨이 수전해 설비 생산기업 넬(NEL), 일본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등은 수전해 설비 효율이 80%을 웃도는 반면 국산 수전해 설비는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전해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역사가 짧고 아직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전해 설비는 일반 전기를 사용한 1세대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2세대가 있으며 유럽은 1세대 수전해 설비 개발 역사가 120-130년에 달하고 2세대 수전해 설비도 15년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전해 기술 개발에 나선 지 5-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전해 설비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고 국내 수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국산을 사용하거나 직접 개발하는 대신 해외 수전해 설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기업 포르쉐(Porsche)는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이태리 재생에너지 생산기업 에넬(Enel)과 손잡고 칠레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마젤란 해협 북쪽 카보네그로(Cabo Negro)에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겠다고 2020년 10월2일 선언했다.
풍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물 전기분해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방식으로 전기분해를 통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수전해 설비를 건설한다.
그린수소 제조코스트를 결정하는 핵심요인
그린수소는 화석연료 베이스와 비교할 때 제조단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전해 설비 코스트가 높기 때문으로, 수전해 설비를 다량 구축하면 규모화를 통한 코스트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그린수소 가격은 kg당 평균 약 1만원으로 부생수소 약 1500원, 추출수소 약 5000원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은 그린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전해 설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7월 발표한 수소전략에서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 개발과 확충에 420억유로(약 57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4년까지 수전해 설비 6GW를 건설해 100만톤의 그린수소를,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 40GW를 건설해 100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책 지원에 발맞춰 지멘스, 티센크루프(ThyssenKrupp) 등 유럽기업들이 수전해 설비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수전해 기술 투자와 설비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전해 기술을 포함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에 5년동안 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수전해 기술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AE), 양성자 교환막 수전해 기술(PEM), 고온 수증기 수전해 기술(HTE)로 구분되며, 초기 코스트가 비교적 낮고 실용화 사례가 많은 알칼라인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뿐만 아니라 소형화가 진행되고 있는 PEM 등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기술에 예산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도 수전해 설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전력 투입량이 적고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GC, 불소계로 PEM형 수전해 시장 개척
일본 AGC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얻은 전력을 수소로 변환해 저장하는 수전해 설비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PEM형 수전해에는 불소수지로 제조한 이온교환막이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불소 기술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AGC는 Forblue S 시리즈를 수전해 장치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전력 저장기술과의 조합이 요구되고 있고, 여러 조합방법 가운데 발생전력과 이온교환막을 수소로 변환해 저장하고 운반까지 가능한 수전해 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PEM형은 수소로 변환할 때 강력한 환원반응이 발생하며, 알칼리 수전해에 사용하는 탄화수소계 이온교환막은 분해되기 때문에 내구성이 높은 불소수지 이온교환막이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AGC는 불소 생산기업의 강점인 중합기술로 이온교환막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저전압 특성을 활용해 수전해의 공통과제인 운영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설비 대형화에 대응해 내구성과 작업성을 극대화시킨 보강 타입 막도 갖추고 있다.
유럽의 수소 생산능력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EU는 2020년 7월 공표한 수소에너지 전략에서 2030년까지 수소를 제조하는 전해조 능력을 40GW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1GW에 불과해 최대 420억유로에 달하는 설비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도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AGC는 수전해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일본, 미국, 유럽, 중국에서 주요 PEM형 수전해조 생산기업들에게 S 시리즈를 제안하고 대형설비 채용을 위한 평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S 시리즈는 레독스플로우전지용 수요까지 발굴함으로써 매출액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