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화학산업은 자생력이 얼마나 될까?
일부에서는 중국이 없다면 한국 화학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일부에서는 중국이 한국 화학산업을 좌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 화학산업은 1980년대 말 정부의 투자 자유화 정책을 타고 급성장했으나 사실은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그렇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글로벌 화학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며, 2010년대 중후반에도 공급과잉 징후가 뚜렷했다.
하지만, 국내 화학기업들은 후퇴 없이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오퍼레이팅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으나 그렇다고 기초기술이 튼튼한 것도 아니고 탁월한 경영자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칼을 휘두를 위치에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결국, 중국이 답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장기화한 덕에 IMF 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중동의 수출 공세도, 미국의 셰일 폭풍도 이겨낼 수 있었다. 중국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석유화학제품을 대량 수입함으로써 공급과잉 현상을 쉽게 넘어설 수 있었고, 현물가격 폭락사태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또다시 중국의 위세를 실감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화학산업 전체적으로는 원료‧중간체 생산 중단 또는 생산 감소로 정밀화학, 제약‧화장품 부문이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석유화학은 반대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장강(양쯔강) 생태계 보호에 나서면서 인근 화학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1년 3월1일부터 장강보호법을 시행하면서 화학공장에 대한 단속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쯔강 유역을 본류는 물론 지류, 호수로 확대함으로써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는 물론 칭하이성, 쓰촨성, 티베트, 윈난성, 충칭시, 후베이성, 후난성, 장시성, 안후이성, 간쑤성, 산시성, 허난성, 구이저우성, 광시좡족자치구, 광둥성, 푸젠성을 포함시켜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밀화학, 제약, 화장품 등 중국산 원료‧중간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고 인디아까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함으로써 인디아산 수입도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오염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양쯔강 유역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일 수 없고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할 계획이어서 석유, 제지, 도금, 염색, 농약, 비료, 코크스, 제약원료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반대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량 중 40-50%를 국내에서 소화하고 나머지를 수출하는 구조이고 중국 수출 비중이 상당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즉, 중국의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면 아시아 전체적으로 수급타이트가 심화돼 현물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의 환경보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공개하지는 않고 있으나 지금쯤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중국에 의존해 성장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독자적인 생존전략 수립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