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광기 생산기업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노광기는 반도체 제조설비 중 하나로 차세대 극미세회로에 대응할 수 있는 EUV(극자외선) 노광기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네덜란드 ASML만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2021년에도 수급타이트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Intel), 타이완 TSMC 등 로직 반도체 생산기업 뿐만 아니라 D램 메이저들도 EUV 프로세스 도입을 시작해 EUV 노광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5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해 EUV 노광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ASML, 반도체 호황 타고 EUV용 판매 급증
ASML은 주로 일본 전자소재 생산기업에게 EUV 노광기를 판매하며 호조를 누리고 있으며 2021년에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EUV 노광기를 총 31대 판매해 매출 45억유로를 올림으로써 전체 매출액이 139억7900만유로로 전년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4분기에 EUV 노광기 11억유로분을 수주받아 수익성 개선 폭이 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고개구도판 EUV 노광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7나노미터 이하 회로선폭용 EUV 노광기 출하대수가 누적 100대에 달하며 설치를 완료한 장치의 노광 웨이퍼도 2600만장 이상으로 급증했다.
EUV 리소그래피 시장이 급성장하며 EUV 노광기 뿐만 아니라 EUV 레지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EUV 광(파장 13.5나노미터)은 광원 출력이 아직 불충분해 레지스트의 감도, 해상도, 라프네스(LWR) 성능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캐논(Canon)이 메모리 제조용을 중심으로 한 KrF(불화크립톤)과 i선(파장 365나노미터) 대응기 판매를 통해 호조를 누리고 있다.
캐논은 반도체 노광기를 2020년 122대 판매한데 이어 2021년에는 134대를 판매하며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PD(Flat Panel Display) 노광기는 코로나19발 이동제한으로 주요 수요지인 중국에서 설치작업이 진행되지 못한 관계로 2020년 32대 판매에 그쳤다. 다만, 2021년에는 상황이 개선되면서 판매량이 68대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증착 장치 역시 이동제한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설치공정 감축 등 다양한 대책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니콘, 대형패널용 개선에도 판매량 반토막
반면, 니콘(Nikon)은 초대형 노광기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용에서는 판매대수가 반토막나는 등 영업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콘은 FPD 노광기 사업에서 캐논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나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28대 판매에 성공했다.
니콘이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는 초대형 10.5세대 기판 대응 LCD(Liquid Crystal Display) 노광기는 판매대수가 14대로 전체 대형 패널용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예상 밖 호조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반도체 노광기는 총 17대 판매에 그쳤다. 특히, 액침기는 2019회계연도에 14대를 판매한 반면 2020회계연도에는 7대로 판매대수가 급감했다.
재고자산 페기 및 평가손실 56억엔도 수익성을 압박했다.
니콘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회로선폭 미세화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적층하는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높은 수준의 조합도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ArF 액침 분야에서도 당분간 글로벌 수요가 80대 정도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요기업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4조7000억원 투입해 17-18대 도입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EUV 노광장비 도입에 5년간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EUV 미세공정을 활용한 차세대 D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것으로, EUV 노광장비는 세계적으로 ASML만 생산하고 있어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도 ASML의 EUV 공급에 매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조7550억원을 투입해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EUV 노광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UV 장비 가격은 1500억-1700억원으로 추정되며 장비 운반과 설치 등 서비스 비용을 더하면 SK하이닉스는 M16에 17-18대의 EUV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16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1월 완공한 이천 소재 축구장 8개 크기의 반도체 공장이며 2018년 11월부터 25개월간 총 3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는 EUV로 10나노미터급 4세대 1a D램 일부를 생산한 후 본격적으로 5세대 1b D램을 제조할 예정이다. D램 생산 전용으로 EUV 공정을 사용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EUV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며, 기존 불화아르곤(ArF)에 빛의 파장 길이가 14분의 1 미만으로 짧아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같은 면적의 웨이퍼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에 EUV를 투입하며, 통상적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웨이퍼 출하량이 시스템 메모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에 EUV를 사용하면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국 SMIC는 미국의 제재 강화 영향으로 EUV 노광장비 구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