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폴은 정부가 2020년 10% 이하에 불과한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식품산업과 관련된 바이오 기술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고 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 수산양식을 가능케 하는 바이오 기술이 필수적이어서 새롭게 연구소를 설치하거나 관련기업 및 스타트업과 협력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폴은 화학, 의약품, 퍼스널케어 영역에서도 바이오 기술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바이오산업 허브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타이도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화학 사업 육성을 적극화하고 있다.
싱가폴, 식품 관련 R&D 적극화
싱가폴 정부는 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 아래 2020년 싱가폴 과학기술연구원(A*STAR)이 개설한 식품‧바이오기술혁신연구소(SIFBI)를 중심으로 관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IFBI는 식품영양 외에 공공위생, 바이오기술, 제조, 농업기술, 안전연구 등 식량과 관련된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STAR는 식품 손실 감축에 기여하는 리사이클 기술, 회소한 천연작물을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향료 원료, 생분해성을 보유한 포장소재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아시아 지역의 식품 소비액이 2030년 8조달러로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앞으로 관련기업과 협력해 아시아 지역의 중요과제인 식량 안전보장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을 적극화하고 있다.
또 관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공모 및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Shiok Meats를 주목하고 있다. Shiok Meats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포 배양을 통해 새우, 게 등 갑각류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세조류를 원료로 식품용 단백질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Sophie’s Bionutrients는 최근 국영 투자기업 테마섹(Temasek Holdings)의 투자가 결정됨에 따라 자금을 도시형 단백질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기업들도 싱가폴에서 식품에 관한 바이오기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사료첨가물 메이저 아디세오(Adisseo)는 2020년 말 싱가폴에 수산양식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정부기관과 협력해 생선, 새우 양식에 관한 과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도 활용해 양식효율을 최대화하면서 환경 및 수산자원에 대한 부하를 경감할 수 있는 기술을 실용화할 방침이다.
글로벌 최대의 향료 메이저인 스위스 지보단(Givaudan)과 독일 식품 제조장치 메이저 불러(Buhler)는 2021년 식물 베이스 식품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공동 개설할 예정이다. 연구소에는 향료 연구실도 설치하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R&D 파트너를 모색할 계획이다.
타이, 바이오수지 신증설 잇달아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플래스틱 원료를 화석자원에서 식물자원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타이도 바이오화학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기존 화학기업이 신증설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진입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타이의 석유화학 메이저 PTT Global Chemical(PTTGC)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사업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수지 개발 및 공급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 화학제품 자회사로 메틸에스테르(Methyl Esther) 등을 생산하고 있는 Global Green Chemical(GGC)은 타이 제당기업 Kaset Thai International Sugar(KTIS)와 합작으로 Nakhonsawan Bio Complex(NBC)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No.1 프로젝트는 2021년 4분기 완공을 목표로 바이오 에탄올(Ethanol) 플랜트 등을 건설하고 있으며, No.2 프로젝트에서는 PLA(Polylactic Acid), 바이오 숙신산(Succinic Acid) 등을 상업화할 방침이다.
바이오 숙신산은 일본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과 합작으로 생산하는 바이오 PBS(Polybutylene Succinate)의 원료로 투입할 계획이다.
PLA는 프랑스 토탈(Total)과 네덜란드 코비온(Corbion)의 합작기업 Total Corbion PLA가 라용(Rayon)에서 7만5000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 호조가 계속됨에 따라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Diesel), 태양광발전 등을 공급하는 Energy Absolute(EA)는 2020년 8월 라용 소재 팜유 베이스 열전도성 PCM(Phase Change Material) 2만3500톤 플랜트를 상업가동하기 시작해 주택을 포함한 건축물, 의류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미생물 발효 프로세스에 따른 인공구조 단백질 소재를 개발하는 일본 스파이버(Spiber)가 양산 플랜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라용에 수백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기준 공사를 90% 가량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타이 정부도 바이오수지 투자기업의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바이오 화학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공업성은 2020년 말 바이오산업 관련정보 및 데이터를 집약해 활용하는 플랫폼 CoBE(Center of Bio Excellence)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해 바이오수지 및 화학제품 사업화,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으며 앞으로 메이저와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등 매칭기능을 발휘해 시장진입 범위를 넓힘으로써 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BCP, 미국 스타트업과 합성생물학 사업화
타이 석유기업 Bangchak(BCP)도 바이오화학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BCP는 현재 미국 합성생물학 스타트업과 연계하고 있으며 2-3년 후 타이에서도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다른 외부기관과의 협업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화학제품 및 연료, 재생가능에너지 등 2개 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25% 이상에서 2025년에는 50%로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바이오화학제품을 견인차로 육성하고 있다.
BCP 자회사 가운데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BBGI는 2020년 8월 설립한 완전 자회사 WIN Ingredients가 미국 합성생물학 분야 스타트업인 마너스(Manus Bio)의 출자를 받았다. 출자비중은 BBGI 51%, 마너스 49%로 합작법인으로 전환돼 바이오 합성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BBGI는 마너스의 합성생물학 기술 및 노하우를 활용해 식품, 향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고기능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고 2-3년 후 차층사오(Chachoengsao)에 공장을 건설한 다음 상업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너스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연구진 등이 중심이 돼 201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Augusta)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최근 스케일업을 추진하고 있다.
WIN Ingredients는 오거스타 플랜트로부터 생산제품을 조달받아 동남아, 일본, 한국 등에서 선행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생산 등 사업화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마너스는 BCP가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 정보 수집을 위한 조직 Bangchak Innitiative & Innovation Center(BIIC)가 발굴한 스타트업이며, 합작기업 설립을 계기로 BBGI가 마너스에게 8억바트(약 280억원)를 출자해 관계 기반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BIIC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스카우트 활동을 계속해왔고 마너스가 인디아, 중국, 한국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또 타이에 마너스의 합성생물학 기술용 원료인 사탕수수가 풍부하고 지적재산을 보호하는데 높은 신뢰성을 확보함에 따라 합작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BBGI는 BCP가 타이 제당 메이저인 Khon Kaen Sugar(KSL)와 합작해 2017년 설립한 바이오연료 생산기업으로, 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연료 분야만을 수요기업으로 확보했으나 BCP가 소매업을 영위하고 있고 KSL도 식품 관련으로 여러 수요기업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활용해 잠재적 수요를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BCP는 주력사업인 석유정제에서 벗어나 바이오화학‧연료와 그린에너지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BBGI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절반을 바이오화학에서 얻는 수준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너스와의 합작 사업에서 상업 생산할 품목을 바이오화학 사업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WIN Ingredients 뿐만 아니라 대체단백질 등을 타깃으로 다른 신규사업 창출에 주력할 예정이다.
BBGI는 과거 바이오 플래스틱 시장 진출을 검토했으나 석유 베이스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진출하지 못했고, 아직도 바이오 플래스틱 사업 기회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시장이 변화하면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IN Ingredients의 바이오 플랫폼은 화학 합성으로 생산해온 고부가가치제품을 미생물 설계‧배양, 발효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바이오 플래스틱과의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