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동차(E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의 원료로 투입되는 니켈, 망간, 코발트, 구리 등 비철금속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중국이 희소금속과 비철금속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는 자원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켈은 전기자동차에 탑재하는 LiB(리튬이온전지)의 4대 핵심원료 중 하나인 양극재의 원료로 투입되며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고 매장량은 세계 최대여서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동차기업들을 대상으로 원자재의 현지조달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륜차는 2026년 이후, 사륜차는 2030년 이후 현지조달 비율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4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LG,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배터리 생산 박차
인도네시아의 국영 광업기업 MIND ID, 니켈 생산기업 Aneka Tambang(ANTAM),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 국영 전력기업 PLN은 2021년 4월 Indonesia Battery(IBC)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 구축부터 충전 인프라 정비까지 다방 면에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배터리는 에너지밀도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활물질을 사용한 삼원소 양극재가 주목받고 있다.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는 니켈 함량을 80%까지 높인 양극재 적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니켈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50대50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생산기업을 설립했다.
11억달러를 투입해 수도 자카르타(Jakarta) 근교의 카라왕(Karawang)에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양극재에 채용한 NCMA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9월 열린 기공식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앞으로 3-4년 이내에 LiB 등 니켈 베이스 완성제품의 주요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믿는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용 LiB 메이저인 중국 CATL은 ANTAM과 배터리 공장 건설에 관한 협력각서(MOU)를 체결하고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약 50억달러를 투입해 LiB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 생산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21년 1-9월 전기자동차 판매대수가 2020년에 비해 급증했으나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에 머물렀고 충전 인프라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생산하는 SUV 크레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품질 니켈 생산기술은 해외 의존 불가피…
니켈은 광석, 제련방법에 따라 종류를 분류하고 있으며 품질이 높은 황산니켈, 산화니켈만 양극재 원료로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스테인리스 원료인 페로니켈, 니켈선철 등 대부분 저품질제품 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산화광을 이용해 고품질 니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중간원료인 혼합 황화물(MS), 수산화 침전물(MHP)을 얻을 수 있는 고압산침출공법(HPAL) 공장이 필요하나 기술이 없어 해외기술 도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Ningbo Lygend Mining과 인도네시아 Harita Group은 2021년 10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인도네시아 최초로 HPAL 제련공장을 가동했다. MHP를 경유하는 황산니켈 생산능력이 16만톤으로 2022년 생산능력을 24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배터리 리사이클 메이저 GEM을 중심으로 설립된 QMB New Energy Materials도 HPAL 공법을 적용해 MHP를 거쳐 황화니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Sumitomo Metal Mining(SMM)은 인도네시아를 잇는 니켈 생산국인 필리핀에서 HPAL 공장 2기를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도 HPAL을 적용한 MS 생산체제 구축을 결정했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바스프(BASF)는 인도네시아 니켈광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에라메트(Eramet)와 공동으로 HPAL 및 제련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바스프는 니켈 4만2000톤, 코발트 5000톤을 공급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니켈, 2만달러 수준에서 고공행진
니켈은 국제가격이 초강세를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니켈 국제가격은 2022년 1월10일 톤당 2만1045달러(약 2518만원)로 2021년 최고가격 2만1135달러(약 2530만원)에 근접했다. 역대 최고는 2012년 2월8일 2만1830달러(약 2610만원)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 재고량은 2021년 4월21일 26만4606톤에서 2022년 1월10일 9만9954톤으로 급감했다.
니켈 강세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을 통제하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배터리 현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니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니켈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1월10일 테슬라(Tesla)가 광산기업 탤런메탈스(Talon Metals)와 니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탤런메탈스는 미네소타 타마락(Tamark) 광산에서 6년에 걸쳐 7만5000톤의 니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2021년 7월 오스트레일리아 광산기업 BHP와도 매년 1만8000톤의 니켈을 공급받기로 계약했고, 뉴칼레도니아 광물 공급기업 프로니리소스즈(Prony Resources)와 약 4만2000톤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라이-사이클(Li-Cycle)과 2만톤의 니켈 공급계약을 맺었다.
비즈니스 환경 정비 통해 투자 유치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련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5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련공장 건설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니켈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오스트레일리아도 배터리에 대한 활용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BHP 그룹이 2021년 처음으로 황산니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니켈 뿐만 아니라 리튬도 칠레와 함께 2대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에 대한 자동차 보유율이 타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2021년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선진국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생태계 구축, 태양광발전소 건설, 바이오 연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인도네시아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투자 및 비즈니스 환경 정비를 목표로 2019년 제정된 옴니버스법을 개정했으며, 외국기업을 포함해 투자, 비즈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정리함으로써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한솔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