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산업에서 신규기업들이 등장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삼성SDI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목표주가는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낮추었다.
전기자동차(EV) 시장이 10년 동안 연평균 20% 성장하지만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인 5월31일 삼성SDI 주가가 61만5000원으로 전일대비 3.9% 급락하고 시가총액은 하루새 1조7000억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로 모회사인 LG화학에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적용해야 한다며 매도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도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크게 낮춘 보고서를 냈다.
국내 증권사들이 LG화학에 대해 여전히 매수 의견을 내고 주가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기업 B3는 최근 회원 대상 보고서에서 완성차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허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B3은 폭스바겐(Volkswagen)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대해 희망 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일 뿐이고 기술적인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점을 갖게 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이 2023년부터 신규 각형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를 내재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초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요 수요처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B3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생산이 확대되면서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유럽이 배터리산업에서 탈 아시아를 선언한데 이어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유럽의 스타트업 노스볼트(Northvolt)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고 테슬라(Tesla)를 비롯해 GM(제너럴모터스), 포드(Ford), 현대자동차, 도요타(Toyota) 등도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B3의 보고서처럼 자동차기업의 배터리 내재화나 신생기업의 기술 개발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배터리 특성상 신생기업이 개발에서부터 안정적인 양산체제까지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생산기업을 인수해 자체생산을 확대해도 전량의 배터리를 자체 조달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전기자동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 인하를 위해 일부 자체생산을 시도할 수 있지만 화재와 리콜, 기술 개발 등 위험부담을 안고 100% 내재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완성차기업과 배터리 생산기업이 합작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