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폐플래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30년 10%로 높이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석유화학산업계의 투자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끌어내 폐플래스틱 열분해 처리량을 2020년 1만톤에서 2025년 31만톤, 2030년 90만톤으로 확대함으로써 폐플래스틱 발생량 가운데 열분해 처리 비중을 현행 0.1%에서 2025년 3.6%, 2030년 10.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폐플래스틱 열분해는 지구적‧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폐플래스틱 처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화학 메이저 바스프가 주도하고 있다. 바스프는 독일 크래커에 일부 투입하고 있고 일본과도 협력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순환경제와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뒤늦게나마 폐플래스틱 열분해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폐플래스틱의 안정적인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를 위해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민간전문가로 전담반을 구성해 폐플래스틱 열분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2021년 말까지 석유화학기업들이 폐플래스틱을 열분해해 나프타, 경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연말까지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열분해 기술을 상업화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 의무 대상 산업단지에 부지의 50% 범위에서 열분해 시설 입지를 허용하고, 석유화학기업이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활용할 때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부차적인 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폐플래스틱 열분해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로 요약된다. 폐플래스틱으로 만든 합성가스를 원료로 메탄올,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도, 수소를 개질·추출해 수소자동차 연료, 연료전지 발전에 활용하는 것도 기술을 확보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SK종합화학에서 추진하는 폐플래스틱 열분해 연구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을 방문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SK종합화학이 열분해유 품질 개선을 위한 후처리 공정 연구개발에 매진해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SK그룹에서는 SKC가 일본 칸쿄에너지와 폐플래스틱 열분해 상업화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전부로 파악되고 있다.
SKC는 칸쿄에너지 기술을 도입해 2021년 파일럿 설비를 건설하고 2022년 상업화 기술을 확보한 후 2023년 폐플래스틱 열분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폐플래스틱 5만톤을 투입해 열분해유 3만5000톤을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이며, 그것도 초기에는 울산공장에서 보일러 연료로 사용하는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SK건설)도 한국지역난방공사, GS파워 등과 협력해 폐플래스틱 열분해 처리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플래스틱 사용량이 3억5000만톤에 달하고 있으나 재활용률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폐플래스틱 열분해 기술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술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말로만 열분해를 외치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