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소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최근 V자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여름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은 2020년 3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4% 급증했고, 일본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예상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자동차(EV) 등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LiB(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해 배터리 시장도 2020년 하반기부터 호전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익성 대폭 개선
자동차산업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봄 직격탄을 맞았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생산기업들은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된 2020년 2분기에 가동을 멈추는 등 피해가 상당했으나 유럽,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환경부하가 큰 내연기관 자동차를 규제하면서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들도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는 2020년 2분기에 흑자로 전환됐고 3분기에도 호조를 계속한 가운데 4분기에도 영업이익 1158억원을 올리며 흑자기조에 정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분기에는 석유화학 사업이 선방하며 매출이 7조11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65억원으로 15.9% 감소했다. 2분기에는 석유화학이 호조를 계속한데 이어 배터리 사업이 흑자 전환하며 매출이 6조9352억원으로 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16억원으로 131.5% 폭증했다. 3분기에는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이 모두 호조를 기록하며 매출이 7조5073억원으로 8.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9021억원으로 158.7% 급증함으로써 최대기록을 달성했고, 4분기에는 여수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중단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업이 선방하며 매출액이 8조8858억원으로 19.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673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배터리 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까지 현재 매출의 3배인 3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단순히 배터리를 제조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관리, 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사이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운송수단(E-platform) 분야 세계 최고의 에너지솔루션 전문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0년 말 목표인 120GW의 2배 이상인 260GW로 확대할 계획이고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활용해 적기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쟁기업들과 격차를 벌릴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CATL‧LG화학‧SK 경쟁체제로 전환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2021년 2월 초 진행한 차세대 전기자동차 3종의 배터리 입찰에서 중국 CATL이 2개 차종을 수주해 충격을 주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SK이노베이션이 수주했다.
CATL에 배정된 배터리는 3차 조달물량의 50-60%를 차지하고, 2023년 출시 후 5년간 판매가 누적되면 최대 매출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9년 1차 입찰에서는 SK이노베이션, 2020년 2차 입찰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선정됐다. 현대자동차가 공급 안정성을 위해 분산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CATL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부터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오다 2020년에야 LG와 SK 배터리 탑재 전기자동차에도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CATL은 최근 대대적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2021년 2월2일(현지시각) 최대 290억위안(약 5조원)를 투자해 2020년 109GWh이던 생산능력을 2023년 3배인 336GWh로 늘리고, 2025년 5배(500GWh), 2030년 6배(600GWh)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의 주요 생산기지인 유럽에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ATL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마다 매출의 7%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동시에 각종 수주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싹쓸이하고 있다.
CATL, 중국 보조금에 연구개발 확대로 급성장
CATL은 2-3년 전까지도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으나 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보조금을 밀어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이 대표적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셀이 모인 모듈, 모듈이 모인 팩으로 구성되며 여러 개의 모듈을 하나의 팩으로 조립한 후 전기자동차에 창착하나 셀투팩 방식은 셀에서 바로 팩으로 이어지는 설계기술로 모듈을 없앰으로써 공간을 더 확보해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고 부품 수는 줄어들어 코스트 절감 효과를 확대할 수 있다.
셀투팩 방식으로 배터리를 제조하면 부품 수를 40% 줄이고 공간 활용률은 15-20% 향상되며, 만드는 방식도 간단해 시간당 생산성이 대폭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ATL은 미국 테슬라(Tesla) 모델3,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 ID.3 모델에 셀투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자동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CATL을 선정하고 셀투팩 기술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조합해 제조하며 니켈 함량을 높이면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이 높아져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지만 반대로 폭발 위험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 기술력으로, CATL은 대형 배터리의 니켈 함량을 80%까지 높인 811 배터리 양산에 처음 성공했고 90%까지 높인 배터리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선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CATL의 공급가격이 한국산에 비해 10-20%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ATL은 원료 채굴용 광산, 양극재 물질 제조 등에서 자회사를 통한 수직 계열화를 달성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CATL은 국내기업들이 주력하는 고급형 NCM 배터리 뿐만 아니라 보급형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양산하는 등 다양성도 갖추고 있으며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알루미늄 사각 캔에 담으면 각형, 필름 팩에 담으면 파우치형이며 부피, 출력, 성형 가능성 등에서 장단점이 있다. 제조공법이 달라 교차 생산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 원통형 배터리로 반값 전환 가속화
미국 전기자동차 생산기업 테슬라는 2020년 9월23일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가격을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성능을 개선한 원통형 배터리 4680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규격을 2170에서 4680으로 확대하고 공정 개선을 통해 제조코스트를 56% 낮추며 주행거리는 54%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코발트 프리 정책에 따라 고가인 코발트는 포함하지 않고 니켈 함량을 크게 늘려 저코스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3-4년 안에 양산해 생산능력을 2022년 100GWh, 2030년 3TWh로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이 미국에서 4680 배터리 개발과 시험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나 2030년 목표로 설정한 3TWh는 생산기업 1사가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다른 배터리 생산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유럽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이미 테슬라가 상하이(Shanghai)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LG화학 뿐만 아니라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테슬라의 반값 배터리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쟁체제를 통해 배터리 납품단가 56% 인하 요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GM은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배터리 얼티엄을 개발하면서 원가를 30% 낮추겠다고 공표했으나 26%포인트 이상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원가는 2019년 기준 kWh당 156달러로 56% 떨어지면 70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코스트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테슬라는 보조금 없이 순수 판매가격으로만 2만5000달러 상당의 전기자동차를 내놓고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금도 배터리 시스템을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배터리 시스템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은 파나소닉, LG화학, CATL 등이 납품하고 있다.
시험 생산능력이 10GWh이고 2022년 100GWh, 2030년 3TWh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020년 목표 생산능력이 100GWh에 불과해 테슬라가 2년 후 100GWh를 얘기한 것은 파나소닉, LG화학, CATL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테슬라 납품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수준을 넘어 테슬라 내부 생산제품과도 경쟁해야 하고 배터리 공급단가를 더 낮추고 성능은 더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소재, 공정, 자동차와 배터리 구조 등 수많은 분야에서 개선한 숫자를 합치는 방식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소재, 규격, 공정, 중간공정 생략, 배터리 탑재방식 전환 등 수많은 부분을 개선해 전체적으로 반값 배터리를 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기업,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직접생산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개발에 자동차기업들이 직접 나섬으로써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전체 원가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이나 완성 자동차기업들은 파나소닉, LG화학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GM과 혼다(Honda)는 차세대 자동차 배터리 공동개발 계획을 2018년 6월 발표했다. 현재 사용하는 LiB보다 코스트는 낮추면서 내구성이 좋고 1번 충전으로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할 방침이다.
GM과 혼다는 수소연료전지도 2017년부터 공동 개발하고 있고 2020년까지 각각 85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순수 전기자동차 볼트를 통해 전기자동차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반면, 혼다는 수소자동차 클라리티를 출시해 2018년 상반기에 미국시장에서 616대를 판매했다.
세계에서 수소자동차 양산화에 성공한 곳은 현대자동차, 혼다, 도요타(Toyota) 3사 뿐으로, GM은 혼다에서 수소자동차 관련기술을 배우고 혼다는 GM에서 전기자동차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업 에너지트렌드는 현재 1% 수준인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점유율이 5년 뒤에는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전기자동차 판매비중이 5%로 높아진 뒤 2023년에는 8-9%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너무 높고 성능이 떨어져 전기자동차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동차용 LiB는 1회 충전당 최대 주행거리가 500km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자동차 무게가 증가함으로써 연료효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LiB는 충전시간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명목으로 자체 배터리 생산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LiB의 액체 전해질이 안고 있는 발화, 폭발 등 위험성 문제를 상당히 낮출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고체전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것으로 고용량과 경량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GM-혼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도 전고체전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의왕연구소에 배터리 셀을 포함한 완제품 시험라인을 구축하는 등 배터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파나소닉, 테슬라 의존도 낮추기 “안간힘”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했으나 LG화학과 CATL이 테슬라 공급기업으로 선정되며 1위에서 밀려났고 오히려 테슬라 의존도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도 테슬라의 요청에 따라 반값 배터리 4680을 개발하고 있으나 단독 생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파나소닉 단독으로는 2030년 3TWh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4860 배터리는 미국의 기존 생산라인을 개량함으로써 시험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라인 전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이 기존 32GWh에서 2021년 35GWh, 2022년에는 38-40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경쟁관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에게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테슬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요타자동차와의 협력에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테슬라에게는 원통형 배터리를 직접 공급하고 있으나, 도요타자동차에게는 각형 배터리를 공동 출자기업인 Primeearth EV Energy(PEVE), Prime Planet Energy & Solutions(PPES)를 통해 공급하는 차이가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생산하는 친환경 차종은 하이브리드자동차(HV)의 비중이 가장 크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전기자동차 순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와 달리 여러 종류의 배터리를 확보해야 하고, 특히 주력 공급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자동차용 고출력 배터리 공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PEVE, PPES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4월 출범한 PPES는 1996년 설립된 Panasonic EV Energy가 모체로, 초기에는 니켈수소2차전지를 생산했으나 2009년부터 LiB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고출력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중국기업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생산성을 10배로, 설비투자는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2020년 10월 기획‧설계‧생산 등 기능별로 구분돼 있던 조직의 벽을 허물고 리드타임을 단축했다.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는 사양별로 10종을 갖추고 있으나 4종은 공용 배터리로 전환했고 커스터마이즈형이 많았던 생산설비도 표준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대체함으로써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최신 생산라인도 개발했으며 도쿠시마(Tokushima) 공장에 적용해 2022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배터리 셀 원가는 소재와 함께 리튬, 니켈 등 자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기업들과 함께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개발체제도 단독 수행에서 벗어나 여러 곳과 함께하는 경쟁형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