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K-배터리 발전전략을 발표하자 배터리 관련기업들이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배터리 관련기업들이 강력히 요구했던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지원에 전문인력 양성이 포함됐으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2025년 리튬황전지, 2027년 전고체전지, 2028년 리튬금속전지를 개발해 조기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볼 때 정부의 발전전략에 상당한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가 여러 가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나 차세대 배터리를 어떻게 개발해 무슨 방법으로 상용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15조1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R&D‧생산기술 허브를 구축하고, 배터리 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해 전문인력을 육성하며, 배터리 관련 소재‧부품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을 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세부 계획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K-배터리 발전전략이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주도로 갑자기 수립된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차전지 배터리 3사와 소재·부품·장비 30사의 총투자 계획 40조6000억원의 37%를 LG 2사가 투입한다고 발표한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접으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삼성‧SK는 LG에 뒤져 있을 뿐 LG를 따라잡기 위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고체전지 개발은 삼성SDI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4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 리튬금속 음극재, 리튬황 양극재 원천기술 개발도 지원한다고 하나 LiB 소재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판국에 차세대 소재까지 국산화하겠다는 것은 욕심이 사납다고 평가할 수 있다. LiB용 소재를 100% 국산화한 후 차세대 소재를 국산화해도 늦지 않고 또 당연한 순서이다.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해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450km에서 600km 이상으로, 충‧방전 횟수를 500회에서 1000회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LiB의 성능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전고체전지를 개발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전고체전지는 이미 유럽기업이 개발한 상태이고, 일본도 2021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발트를 비롯해 니켈, 망간 등 원료 금속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문제로, 코발트 비축량을 2-3배 확대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원료 금속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광산에 투자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해외자원 투자를 범죄로 규정한 마당이니 추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작 제시한 대책이 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2차전지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재활용설비를 건설해 재활용 소재 공급량을 2020년 전기자동차 6만대 수준에서 2030년 6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나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K-배터리 발전전략이 관계자들의 우려처럼 탁상행정,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재수립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