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안 발표가 임박해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국내 제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제조업 집약적인 산업 구조상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은 수출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자체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EU에 적용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7월14일 2030년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Fit for 55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CBAM 법안 내용도 함께 공개한다.
CBAM은 EU 수입제품 중 자체 생산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으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이다. EU는 일차적으로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품목에 CBAM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3년의 과도기간을 거쳐 2026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비용 부과방식은 관련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BAM 적용품목 수입자는 사전에 연간 수입량에 해당하는 양의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1개는 탄소 1톤에 해당하며, 품목별 탄소량은 생산과정에 발생하는 직간접적 배출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
EU에서 1개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가 10톤이나 A국 수입제품의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12톤이면 수입자는 2톤에 해당하는 CBAM 증명서를 구매해야 해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사실상 관세 부과 효과가 있어 가격 경쟁력이 약화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인증서 가격은 EU의 배출권 시장 가격과 연동돼 매주 EU 배출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된다.
CBAM 대상 수입제품이 원산지 국가에서 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해 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을 이미 지불하면 수입자가 상응하는 금액 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한 채 CBAM이 시행되면 철강,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EU가 이산화탄소 톤당 30유로를 과세하면 연간 10억61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율로 따지면 1.9%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다.
EU가 기계 및 장비류, 화학 및 비금속, 금속, 석탄 채굴 및 원유·천연가스 추출 등 탄소 배출 관련 주요 4개 분야에만 한정해 과세하면 관세율 추정치는 금속(2.7%), 화학 및 비금속(1.3%), 기계 및 장비류(0.8%) 순으로 높았다.
다만, CBAM이 초안대로 강력하게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다. 수입제품을 국산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사실상 보호무역 조치로 사용될 수 있다는 미국 등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EU에서도 독일 등 수출 중심인 회원국은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해 CBAM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당초 계획보다 규제 수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