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산업의 특징인 다각화(Conglomerate) 경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최근 석유화학‧기초화학 등 범용사업을 축소하고 헬스케어, 반도체, 탈탄소 등 성장 분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미국 투자기관 등으로부터 헬스케어, 정보전자 등 스페셜티와 석유화학‧기초화학 등 범용 분야를 함께 갖추는 기존 다각화 경영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글로벌 트렌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경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곳과 목표로 삼은 영역을 압축하며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는 곳 등 2가지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후자는 석유화학 등 범용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매각해 포트폴리오에서 제외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적 과제 해결과 관련된 니즈나 디지털화 진전,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트렌드 전환 등도 포트폴리오 개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정유기업과의 협업에 나섰으며 앞으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카본 뉴트럴 구상이나 탈탄소 사회 전환 트렌드가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이나 기초소재 사업의 경영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무리 주력사업이라 해도 석유화학 사업을 매각하는 곳까지 등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특정 사업영역 뿐만 아니라 서플라이 체인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까지 모두 포함한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기존의 다각화 경영을 유지하는 화학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싱가폴과 사우디에서 석유화학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다각화 경영만의 강점을 활용해 프리미엄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히타치케미칼(Hitachi Chemical)을 인수한 쇼와덴코(Showa Denko)도 사업가치 2000억엔 정도를 매각할 예정이지만 일본 특유의 다각화 경영은 해외기업과 경쟁하는데 유효한 전략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한 유리 사업과 동남아 1위를 달리고 있는 전해 사업을 보유한 AGC 역시 ICT(정보통신기술), 헬스케어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기존의 주력사업도 유지할 방침이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