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2030년 에틸렌(Ethylene) 생산량이 570만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수년에 걸쳐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중단 및 저수익 사업 철수 등 과감한 구조개혁을 펼치며 석유화학산업 재편에 매진했으나 2030년에도 에틸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유도제품 및 정유공장 재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탄소중립 흐름에 맞추어 산업구조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틸렌, 구조개혁에도 2030년 570만톤 유지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에너지 기본계획을 작성하고 있으며, 2021년 7월 공개한 계획에서는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와 원자력발전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에너지 총수요를 낮게 설정함으로써 산업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조강 생산량은 일본 설비 집약화와 시장 흐름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보다 25% 줄인 9000만톤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틸렌 생산량은 다른 산업과 대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공급과잉 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 특별법 50조에 의거해 에틸렌 생산량을 2020년 480만톤, 2030년 310만톤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2014-2016년 NCC 3기를 가동 중단하며 전체 NCC를 12기로 줄였고 에틸렌 생산능력도 615만톤으로 감축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이 유도제품을 중심으로 고기능화와 함께 설비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고, 대량 유입이 우려됐던 셰일(Shale) 베이스 석유화학제품 수입량이 많지 않으며, 최근까지도 에틸렌 수출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에틸렌 생산량이 2030년에도 570만톤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본 스팀 크래커들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각종 방역용품 생산을 위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높은 가동체제를 계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 유도제품 구조개혁 대비…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에틸렌 생산량 전망치가 스팀 크래커의 안정적인 가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이 잇따라 대규모 에틸렌 크래커를 신증설하며 일본의 에틸렌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셰일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이 언제 아시아 시장에 대량 유입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일본 정부가 에틸렌에 이어 유도제품까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동중단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을 존속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실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탄소중립 흐름이 석유화학산업의 양상을 바꾸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PP(Polypropylene), PE(Polyethylene)를 중심으로 폴리올레핀(Polyolefin) 수요 자체가 크게 변화하지 않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Virgin) 생산량을 줄이고 리사이클을 확대하면 스팀 크래커의 가동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개별기업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중요하지만 산업계 전체의 흐름을 바꾸어야 실현할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구조개혁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연계 가속화
최근에는 정유기업과 석유화학기업의 연계가 확대되고 있으며, 에네오스(Eneos)가 앞장서고 있다.
미츠비시(Mitsubishi)상사가 바이오 원료를 공급하면 에네오스가 에틸렌을, 일본촉매(Nippon Shokubai)는 유도제품을 제조하는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에네오스 단독으로는 정유공장을 수소 도입기지로 전환하고 CR(Chemical Recycle)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Ammonia)는 경제산업성 주도 아래 석유화학협회가 스팀 크래커의 열원으로 투입하는 전소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은 2022년까지 도쿠야마(Tokuyama) 공장의 분해로에서 암모니아를 연료로 혼소하는 실증실험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데미츠코산은 석유화학 컴플렉스에 암모니아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소(Tosoh)도 도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마(Kashima)에서는 미츠비시케미칼과 에네오스가 CR 공동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과 에네오스는 가시마 컴플렉스 유한책임사업조합(LLP)을 설립했으며 탄소중립이 석유화학 사업 통합 작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미이용 유분 활용 집중
미츠비시케미칼은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연산물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스팀 크래커는 목적물을 생산할 때 일정량의 연산제품도 같이 나오고 있다.
EO(Ethylene Oxide)와 EG(Ethylene Glycol), 부타디엔(Butadiene)에서 나오는 1.4-BDO(Butanediol) 등은 대표적인 연산 관계이며 미츠비시케미칼은 수익성이 낮아진 연산제품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품목만 선택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생산비율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미이용 유분 활용에도 주력하고 있다.
나프타(Naphtha) 분해와 EO, 1.4-BDO 생산에서 발생하는 폐액을 연료로 취급하고 있는 것처럼 목적 생산물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불순물이지만 잠재적 가치를 끌어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오쿠야마(Okuyama) 공장에서 kg 단위로 샘플을 생산하는 멀티패스(다목적 시험생산) 설비를 도입해 2020년 가을부터 가동하고 있다. 촉매, 바이오, 분자설계 기술을 총동원해 현재 1개 품목을 100kg 샘플로 공급해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필름용 채용을 기대하고 있다.
쇼와덴코(Showa Denko)는 잉여 유도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나서고 있다.
쇼와덴코는 최근 10년만에 처음으로 유도제품인 1.3-BG(Butylene Glycol)를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틈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유도제품 출시를 계속할 계획이다.
아세틸계 촉매 기술을 활용해 유도제품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은 연소한 아세틸렌을 활용한 비닐 에테르를 3000톤 생산하는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유분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촉매 라이선스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촉매 기술을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은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라이선스 비용은 일시금이지만 프린터 토너나 잉크처럼 지속적인 판매를 통해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15년 9월 에틸렌 크래커 가동을 중단한 후 라이선스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2021년에는 러시아 석유화학 메이저에게 고압법 PE 제조기술을 라이선스했고 코로나19로 협상이 늦어지고 있으나 염산 산화와 기상법 카프로락탐(Caprolactam) 등은 중국에게 라이선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O(Propylene Oxide)를 포함해 앞으로도 라이선스 수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쇼와덴코는 아릴알코올 분야에서 라이선스한 바 있으며 합성수지 원료로 사용되는 VAM(Vinyl Acetate Monomer) 촉매 기술 라이선스에도 나서고 있다.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PC(Polycarbonate)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한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고순도 EC(Ethylene Carbonate) 및 DMC(Dimethyl Carbonate) 기술 개발과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PE 촉매 기술에 강점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PE의 16%는 미쓰이케미칼 기술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케미칼은 앞으로 폴리올레핀계 촉매 라이선스 사업을 재구축해 탄탄한 수익원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