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EV)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원통형과 리튬인산철(LFP)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 공세에 밀려 국내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신규 폼팩터(형태)와 소재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도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는 파우치형과 각형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으나 최근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2018년 29%, 2020년 23%, 2022년 1분기 15.6%로 계속 하락했으나 테슬라(Tesla)가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변화를 일으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의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7300억원을 투자해 오창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증설함으로써 2023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SDI 역시 원통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말레이지아 스름반(Seremban)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2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천안공장에도 46미리미터 배터리 라인을 건설하고 자동차기업들과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중국기업들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하락하자 LFP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으나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NCM 배터리 대비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 진화로 LFP의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인플레이션 여파로 가격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2022년 1분기에 생산한 전기자동차 가운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의 비중을 50%로 늘렸으며 폭스바겐(Volkswagen), 포드(Ford) 등 자동차기업들 역시 LFP 배터리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형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운 중국기업들의 약진에 국내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의 2022년 상반기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25.8%로 전년동기대비 9.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3사는 뒤늦게 LFP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중국 난징(Nanjing)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해 ESS(에너지저장장치)용을 출시하고 2024년에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SK온 역시 2022년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수요기업과 공급 관련 협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LFP 배터리 개발에 대해 “기술 개발로 단점이 보완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공급망 관리에서도 삼원계 배터리보다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