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P(Super-Absorbent Polymer)는 종이기저귀를 중심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종이기저귀는 영유아용에 이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인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차세대 진단, 신약 개발에도 활용되는 등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AP는 무게의 100-1000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흡수 전 SAP는 긴 고분자 사슬이 뒤얽혀 있으나 물이 닿으면 고분자가 그물과 같이 펼쳐져 그물코에 물을 가두며 흡수한 수분은 방출하지 않는 특성을 보유해 종이기저귀 흡수소재 용도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종이기저귀는 면상펄프, SAP 등으로 이루어진 흡수소재가 필수적이며 면상펄프는 소변을 확산하는 기능, SAP는 흡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종이기저귀 생산기업들은 소비자 니즈에 따라 흡수속도, 흡수량, 감촉, 통기성 등을 다양하게 설계해 공급하고 있으며 SAP 생산기업들은 수요처 니즈에 대응한 SAP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위생용품 분야에서는 생리대에도 이용되고 있으며 토양보수제, 육묘용 시트, 보냉용 젤, 핫팩, 젤 방향제, 일용잡화, 간이화장실, 애완동물용 배변패드, 폐혈액 고화제, 전기‧통신케이블용 지수제, 토목‧건축용 지수시트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300만톤에 원료 공급부족
글로벌 SAP 수요는 2021년 약 300만톤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용도인 종이기저귀는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1-3월 생산량이 늘어 봄부터 여름 전까지 유통재고가 증가했다.
중국 종이기저귀 생산기업이 원료가격 상승에 대응한 공급가격 인상을 앞두고 원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춘절기간 공장 근로자의 귀성을 금지함에 따라 생산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이기저귀 뿐만 아니라 SAP도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종이기저귀 재고는 여름 들어 적정수준을 회복했으나 9월 이후에는 전력부족 문제가 SAP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아크릴산(Acrylic Acid) 생산기업과 공업염 전기분해로 가성소다(Caustic Soda)를 생산하는 CA(Chlor-Alkali) 생산기업이 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해 SAP 원료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중국은 여전히 전력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크릴산은 주력 용도가 페인트, 점‧접착제 등에 이용되는 아크릴산에스테르(Acrylic Ester)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됨과 동시에 자동차, 건축 분야 등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SAP용은 공급이 제한돼 당분간 수급타이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AP 수요는 종이기저귀를 중심으로 연평균 3-5% 증가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현저한 국가에서는 영유아용, 일본을 비롯해 한국, 유럽, 미국, 중국 등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성인용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SAP 메이저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지 않고 있어 수급타이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3사, 157만톤으로 글로벌 시장 주도
세계 최대의 SAP 메이저 일본촉매(Nippon Shokubai)는 히메지(Himeji) 37만톤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9만톤, 중국 3만톤, 미국 6만톤, 벨기에 16만톤을 포함 총 71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히메지와 벨기에 공장은 생산효율이 낮은 구식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촉매는 원료 아크릴산까지 생산함으로써 원료부터 SAP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아크릴산은 히메지 54만톤, 인도네시아 14만톤, 싱가폴 4만톤, 미국 6만톤, 벨기에 10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10만톤을 신규 건설해 총 생산능력을 98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바스프(BASF)는 총 60만톤의 SAP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에보닉(Evonik Industries) 50만톤, LG화학 50만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스미토모세이카(Sumitomo Seika Chemicals)는 히메지 21만톤, 여수 11만8000톤, 싱가폴 7만톤, 아케마(Arkema)에 위탁한 프랑스 4만7000톤을 포함해 총 44만5000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히메지와 싱가폴 공장은 제조 프로세스를 개선해 생산을 확대했으나 구식설비 가동을 중단해 총 생산능력은 변화하지 않았다.
스미토모세이카는 모든 공장에서 역상현탁중합 프로세스를 채용하고 있다.
역상현탁중합 SAP는 소변을 빠르게 흡수해야 하는 박형 SAP 시트를 이용하는 종이기저귀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평가되고 있다. SAP 시트는 SAP를 부직포 사이에 삽입한 구조로 면상펄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종이기저귀 박형화를 주도하고 있다.
산요케미칼(Sanyo Chemical)의 자회사 SDP글로벌(SDP Global)은 SAP 생산능력이 총 42만톤으로 나고야(Nagoya) 11만톤, 중국 23만톤, 말레이지아 8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AP는 아크릴산을 주원료로 사용하며 중합개시제, 가교제, 가성소다 등을 추가해 가교‧중합하는 폴리아크릴산나트륨(Sodium Polyacrylate)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조공법은 크게 용액중합과 역상현탁중합으로 분류되며 SAP 생산기업들은 대부분 생산성이 뛰어난 용액중합 프로세스를 채용하고 있다.
역상현탁중합 프로세스는 완전한 구 형태의 SAP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미토모세이카가 채용하고 있다.
환경 관련 R&D에 고부가가치 전략 적극화
일본 3사는 SAP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능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환경과 관련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촉매는 SAP 원료인 아크릴산 친환경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프로필렌으로 유도하거나 바이오기술, 촉매기술을 활용해 프로필렌을 경유하지 않고 생산하는 프로세스를 확립할 계획이다.
바이오매스 프로필렌 베이스 아크릴산을 원료로 채용한 바이오매스 SAP는 벨기에 자회사 Nippon Shokubai Europe(NSE)이 2021년 5월 유럽연합(EU)의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 인증을 취득했고, 2022년 3월에는 ISCC로부터 재생가능 전력을 이용해 생산하는 가성소다를 투입한 SAP의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일본촉매는 바이오매스 프로필렌 베이스 아크릴산과 재생가능 전력을 이용해 생산하는 가성소다를 조합한 SAP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미토모세이카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안전성을 강화한 신규 소취 그레이드 SAP를 출시했다. 성인용 뿐만 아니라 영유아용 기저귀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영유아용, 성인용 기저귀의 흡수체 이용효율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기술 콘셉트를 도입한 SAP도 개발하고 있다.
SDP글로벌은 종이기저귀용으로 고부가가치제품 제안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합할 때 아크릴산 등에 유기 요오드 화합물을 첨가해 생산하며, 수분을 흡수하는 그물코가 균일해 뛰어난 흡수성을 발휘함에 따라 흡수량을 유지하면서 소변을 확산하는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종이기저귀 박형화, 자재 투입량 감축 등에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흡수성과 보수성을 유지하면서 탈수속도를 높인 그레이드도 라인업하고 있다.
처리기를 설치하면 병원 등에서 종이기저귀 폐기물 용량을 감축할 수 있으며 보관장소까지 운반하는 작업부담과 냄새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관장소에서 부피가 커지지 않는 등 기존에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량이 줄어들어 쓰레기 소각장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밖에 라이프사이클 전반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산학관 협력으로 바이오매스 소재 활용, 생분해성 SAP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질병 진단에 신약 개발 적용기술도 개발
SAP는 1978년 산요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후 종이기저귀 등 위생용품용을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됐으며 최근 새로운 용도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산요케미칼은 2022년 1월 도쿠시마(Tokushima)대학과 공동으로 SAP를 이용해 세포에서 분비되는 엑소좀(Exosome)을 높은 정밀도와 수율로 회수할 수 있는 정제 프로세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엑소좀은 대부분의 세포가 분비하는 지름 50-150나노미터 크기의 막소포로 세포 사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종 암을 시작으로 질환에 따라 방출되는 엑소좀의 종류와 양이 달라 엑소좀을 분석해 질병 진단에 활용할 수 있으며 치료제에도 응용할 수 있어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산요케미칼은 엑소좀 회수에 가장 적합한 전용 SAP를 개발했다.
SAP 조성과 구조를 제어함으로써 소변, 혈액, 세포배양액 등 생체에서 추출한 시료에 함유된 엑소좀을 간편한 조작만으로 정제할 수 있으며 얻어진 정제액으로 엑소좀 내부의 단백질과 핵산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제액은 화학물질을 함유하지 않아 그대로 신약 개발에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AP 프로세스는 소변에 미량으로 함유된 엑소좀 회수율이 현시점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초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정제법에 비해 약 5배 높으며 불순물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원심분리기는 검체 1개를 처리하는데 2-3일이 소요되나 SAP 프로세스는 약 2시간만에 가능해 처리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면서 SAP 프로세스 확립 및 실용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LG화학, 바이오 SAP 단가 “발목”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유일하게 SAP를 생산하고 있으며 바이오화(Bio-balanced)를 추진하고 있으나 원가절감과 수요처 확보에 걸려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여수에서 SAP 49만5000톤과 함께 아크릴산 71만5000톤 플랜트를 가동함으로써 수직계열화해 코스트 경쟁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은 2021년 8월 ISSC PLUS 국제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바이오 SAP를 여수공장에서 생산했으며 요르단 베이비라이프(Baby Life)에게 수출해 유아용 기저귀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SC PLUS 인증 SAP 가운데 상업 판매되는 것은 처음일 뿐만 아니라 LG화학의 친환경 통합 브랜드인 렛제로(LETZero)가 처음 적용된 사례이다.
재생 가능한 폐식용유와 팜오일 등을 활용해 2021년 7월 바이오 SAP를 생산했으며 원료는 네스테(Neste)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네스테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재생 가능한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바이오 재생원료를 석유화학 원료와 함께 사용하는 매스밸런스 방식으로 바이오 SAP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의 바이오 SAP는 바이오원료를 100% 투입하면 111%의 탄소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화학이 바이오 SAP 양산기술 및 시설과 원료 공급처 확보에 성공했으나 요르단 수출 이후 추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 베이스 SAP에 비해 단가가 높고 SAP 범용화에 속도가 나지 않아 단기적으로 제조원가 절감이 어려워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폐식용유와 팜오일을 바이오 재생원료로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해 기존 석유화학 베이스 SAP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더해 친환경 메리트가 있어 프리미엄 상품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미국·유럽 등 친환경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DM과 바이오 아크릴산 개발 추진
LG화학은 바이오 재생원료를 섞는 매스밸런스 공정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바이오 SAP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미국 ADM(Archer Daniels Midland)과 바이오 아크릴산 양산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JDA)을 체결했고 북미에 바이오 아크릴산을 원료로 SAP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DM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아크릴산은 옥수수 가공 성분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어 100% 바이오 베이스 아크릴산-SAP 생산체인 구축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화학은 2021년 단석산업과 수소화 식물성오일(HVO) 합작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HOA)를 체결하면서 HVO 내재화를 통해 SAP를 포함한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PVC(Polyvinyl Chloride)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GS칼텍스와 3HP(Hydroxypropionic Acid) 양산 기술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위한 공동개발 협약(JDA)을 체결했고 3HP를 아크릴산으로 전환해 SAP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3HP-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바스프가 2013년부터 진행했고 파일럿 생산에도 성공했으나 2015년 경제적인 이유로 개발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SAP 등 친환경 플래스틱을 비롯해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소재 사업 중심의 친환경 지속가능성 사업 매출을 2030년 8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