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이산화탄소 3000만톤 해외저장 필요 … 런던의정서가 관건
오스트레일리아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프로젝트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비영리조직 CO2CRC는 한국 정부 및 관련기업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 투자 유치와 협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CO2CRC는 오트웨이(Otway)에서 15년 이상 이산화탄소(CO2)를 지하에 저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적인 석탄 수출국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07년 CO2CRC 주관으로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2CRC는 프로젝트를 통한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 개발과 실증,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탄소 저장 효율성을 높이고 포집 비용을 낮추며 탄소 활용을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21년 CCUS 프로젝트 수가 7개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6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쉐브론(Chevron), 엑손모빌(ExxonMobil) 등이 참여하는 고르곤(Gorgon) 프로젝트는 이미 가동하고 있으며 뭄바(Moomba) 프로젝트는 최종 투자가 완료됐고 14개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2CRC는 경제성을 앞세우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탄소 배출권 가격은 톤당 36AUS달러에 달했으나 관련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포집·저장 코스트를 30AUS달러로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CO2CRC 마티아스 라브 대표는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세를 도입하면서 운송비를 포함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사회 반발을 우려해 포집한 탄소를 해외로 운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과는 2022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 K-CCUS 추진단과 MOU를 체결했으며 동티모르, 에너지기업 산토스(Santos), 한국기업들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CCU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동티모르 사이에 있는 바유-운단(Bayu-Undan) 해상 가스전의 천연가스가 고갈되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바유-운단 가스전에는 2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며 한국이 이산화탄소를 공급하고 오스트레일리아와 CO2CRC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저장할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이산화탄소 1000만톤, 2050년 8500만톤을 CCUS 기술로 감축할 방침인 가운데 6000만톤은 저장을 통해 감축하고 3000만톤은 해외 저장기지를 이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당사국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이산화탄소 스트림 수출을 가능하도록 2009년 개정된 런던의정서를 수락하는 내용으로 서류를 기탁해야 하고 △당사국 사이의 이산화탄소 이송을 내용으로 협정을 맺어야 하는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19년에는 개정안이 발효되기 이전이라도 개정안을 수락하고 잠정 적용을 선언하는 국가간에는 이산화탄소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가 채택됐다.
런던의정서 당사국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간 이산화탄소 수출입은 양국 간 협약을 체결해야 하며 런던의정서에 의거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K-CCUS 추진단과 외교부에 따르면, 런던의정서 당사국 53개국 가운데 개정 수락국은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 이란, 핀란드, 에스토니아, 스웨덴, 덴마크 한국 등 9개국, 잠정 선언 적용 국가는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한국 4개국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해외 부지 뿐만 아니라 런던의정서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 수입국가가 필요하며 오스트레일리아가 강력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런던의정서 개정 수락국 및 잠정 선언 적용 국가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으나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정부 관계자들은 2023년 오스트레일리아와 관련 협정이 맺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E&S 김일영 본부장은 “SK E&S는 2025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산화탄소를 수출하고 저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오스트레일리아와 동티모르가 보유하고 있는 가스전 설비와 기존 파이프라인을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건설 비용과 기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메이저들은 아시아에서 초국경 CCUS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나 동남아시아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기업들도 해외 저장소 확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SK에너지와 SK어스온,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GS에너지와 페트로나스(Petronas)는 2022년 8월 한국·말레이지아의 탄소 포집·운송·저장사업인 셰퍼드 CCS 프로젝트(Shepherd CCS Project)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국내 허브(Hub)에 집결시킨 후 말레이지아로 이송·저장하는 사업으로 참여기업들은 말레이지아 현지 저장소 탐색부터 국내 탄소의 포집·이송·저장에 이르는 CCS 밸류체인의 전주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앞으로 다른 국내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사업 확장도 모색할 계획이며 국내 탄소 저장 공간 부족 문제를 페트로나스와 협력해 안정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현재 타당성 연구 초기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말레이지아는 런던의정서 당사국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양국 정부 협력이 요구된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