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가 둔화된 가운데 증권사들은 앞으로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자동차기업을 선택하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미국 애리조나 단독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SK온은 포드(Ford)와 추진할 계획이었던 튀르키예(터키) 수주가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고금리에 따른 자금 시장 위축이 2차전지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프로젝트 재검토 이후 더 큰 금액이 투입되는 혼다(Honda)와의 미국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했고 도요타(Toyota) 공급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현대자동차와 미국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등으로 2조8000억원 조달에 성공한 만큼 튀르키예 투자액 1조2000억-1조6000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이 증권사들의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터리는 이미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판매자에게 유리한 셀러스 마켓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최근의 수주 둔화는 2030년까지 잔고가 이미 차 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2021년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에 버금가는 수주잔고 1600GWh를 발표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년 동안 혼다를 비롯해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과 첫 계약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이 우수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이 투자를 철회한 튀르키예 프로젝트는 LG에너지솔루션을 대체할 배터리 생산기업이 없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의 협상에서 우위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합작투자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3사는 앞으로 북미지역 투자를 적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배터리 수요는 2022년 64GWh에서 2025년 453GWh로 증가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2사의 목표 생산능력은 2025년경 350GWh로 북미의 7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PTC)가 있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구조로 주목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집중하는 가운데 유럽 신규 수주는 고수익성을 담보받은 국내기업 혹은 유럽‧중국이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배터리 생산기업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수주에 전가하는 원료가격과 환율 외에도 전력비, 인건비 등을 완성차기업들과의 판매가격 계약에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 전가 후 마진 확대도 가능해져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지정학적 이슈 외 공급발 호재가 계속되며 배터리 마진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SK온도 대규모 투자 계획 재원의 상당부분을 내부 수익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