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 사업에 주력한다.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전망이 3고(고금리‧고유가‧고환율) 현상이 지속되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국제연합(UN) 플래스틱 협약 등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기업들은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가 높아 2022년 2-4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롯데케미칼은 2차전지용 동박 생산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고부가가치·친환경 소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30년 목표 매출 50조원 중 고부가 스페셜티·친환경 소재 사업에서 약 30조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합작한 롯데SK에너루트에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친환경 블루·그린수소 120만톤을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 도입하고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공장 1만2000평방미터 부지에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반면, 범용 석유화학제품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를 생산하는 자회사 파키스탄 법인 LCPL은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분 75.01%를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광 사업으로 국내 4대 화학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단지 솔라허브를 건설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조지아 카터스빌(Cartersville)에 생산능력 각 3.3GW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단지를 건설하고, 달튼(Dalton)의 모듈 공장은 생산능력을 1.7GW에서 5.1GW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022년 1분기 미국 테네시 클락스빌(Clarksville)에 30억달러를 투자해 고성능 순수 전기자동차(EV) 1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극재 12만톤 공장을 건설하며 배터리 소재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6조원을 전지 소재 부문에 투자하며 음극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양산한 실리콘(Silicone) 음극재를 2019년 포르쉐(Porsche)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적용했으며 현재 실리콘 햠량을 5%에서 7%로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의 화학·소재 생산기업 SKC는 2022년 모태가 된 필름 사업을 매각하고 2차전지용 동박과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인수한 2차전지용 동박 생산기업 SK넥실리스는 2023년 상반기 말레이지아에서 4만4000톤, 2024년 폴란드 스탈로바볼라(Stalowa Wola)에서 유럽 최대 5만톤 동박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효성화학은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Carbon Fiber) 생산능력을 6500톤에서 2만4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할 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해 우주·항공·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태광그룹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도 2022년 하반기 섬유 사업본부의 이름을 첨단소재 사업본부로 바꾸고 친환경 소재 위주로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장기적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석유화학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