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T(Carbon Nano Tube) 도전재는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이 주목받으며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도전재는 활물질의 산화·환원 반응 과정에서 이온전도도를 높이고 바인더가 부도체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도전재는 활물질, 바인더와 함께 슬러리 형태로 혼합돼 있으며 슬러리를 극판에 도포해 양극과 음극을 형성한다.
이온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도전재를 사용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카본블랙(Carbon Black)이 도전재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나 전기전도도, 열전도도, 인장강도가 높은 CNT 슬러리를 도전재로 차세대 배터리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터리 음극재용 SWCNT 도전재 부상
배터리용 도전재는 현재 카본블랙과 MWCNT(Multi-Walled CNT)를 혼합하거나 흑연과 혼합하는 등 혼성으로 적용하고 있고, CNT 농도를 3wt%에서 더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극재용 CNT 도전재로는 MWCNT를 사용하고, 음극재용 CNT 도전재는 SWCNT(Single- Walled CNT)를 적용하고 있으나, MWCNT 농도가 높아지며 양극 도전재에도 SWCNT를 소량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단위당 코스트를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가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WCNT 도전재가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WCNT는 기술 수준이 높아 러시아 옥시알(OCSiAl)이 글로벌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생산이 까다롭고 가격도 MWCNT에 비해 40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 적용 기대를 타고 SWCNT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다양한 MWCNT 생산기업들이 SWCNT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MWCNT는 프랑스 아케마(Arkema), 일본 레조낙(Resonac: 구 Showa Denko), 중국 CNano Technology와 벨기에 Nanocyl 등이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 4680 배터리용 SWCNT 도전재 필요
테슬라(Tesla)는 2023년 3월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4680 배터리 직접 생산과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해 차세대 전기자동차(EV) 모델2 판매가격을 50%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4680 배터리의 양극은 기술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나 음극에는 이미 건식공정이 적용되고 있으며 수율은 8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4680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kg당 244Wh로 2170 배터리(269Wh)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식공정을 적용하면서 습식공정 대비 전극 저항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건식공정 기반 음극 저항을 낮추기 위한 소재로 전도도가 높은 SWCNT 도전재가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와 나노신소재의 구체적인 수주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테슬라 외 전기자동차(EV) 생산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배터리 내제화를 꾀하고 있어 SWCNT 도전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노신소재, SWCNT 도전재 2만5000톤으로 확대
CNT와 같은 나노입자는 뭉침 현상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어 도전재 원료로 카본블랙과 차별점을 나타내기 위해 분산 기술을 필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MWCNT 분산기술은 일본 도요잉크(Toyo Ink)가 선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나노신소재와 일부 중국기업이 확보하고, MWCNT 도전재는 나노신소재를 비롯해 LG화학과 동진쎄미켐이 양산에 성공해 수요처들과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삼성SDI는 동진쎄미켐과 재원산업, SK온은 도요잉크와 나노신소재로부터 양극 CNT 도전재를 조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노신소재는 SWCNT 분산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MWCNT와 SWCNT 도전재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나노신소재는 고형분순도제어, 고형분크기제어, 표면처리, 분산기술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CNT를 구매한 후 분산·가공해 도전재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나노신소재는 NMP(N-Methyl-2-Pyrrolidone) 용매와 PVDF(Polyvinylidene Fluoride)를 이용한 양극재용 선 접촉형 비수계 바인더 뿐만 아니라 SBR(Styrene Butadiene Rubber), CMC(Carboxy Methyl Cellulose)를 이용한 음극재용 점·접촉형 수계 바인더 모두 적용 가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CNT 도전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노신소재는 2022년 매출이 836억원으로 전년대비 36.8% 증가했고 CNT 도전재는 229억원으로 92.4% 폭증했다. CNT 도전재 매출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은 2021년 9%에서 2022년 21%로 무려 12%포인트 상승했다.
나노신소재는 CNT 도전재 생산능력이 2022년 기준 국내 6000톤, 중국 7000톤이며 미국, 유럽, 일본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어 2025년에는 생산능력을 2만5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NT, LG화학에 금호석유화학·제이오 증설 경쟁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여수 No.1 CNT 500톤과 No.2 1200톤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No.3 1200톤 공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으며 대산에 No.4 3200톤 공장을 건설해 2024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은 2022년 CNT 매출이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동층 반응 생산 방식과 독자기술 베이스 촉매 활용으로 생산성과 품질, 코스트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어 2020년 미국 매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석유화학 관계자는 “2022년은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 수익성이 하락했으나 CNT 등 고부가제품의 강력한 마케팅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도 아산에서 120톤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024년까지 36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3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이오는 2022년 1000톤을 확보했고 2025년 5000톤 체제로 확대하기 위해 안산 시화국가산업단지에 2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LG화학, CNT 공세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CNT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여수에서 No.1 CNT 500톤 공장을 가동했고 2022년 1700톤으로 확대했으며 No.3 1200톤 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2024년 대산 No.4 3200톤 공장을 완공하면 총 생산능력이 6100톤으로 늘어난다.
CNT는 전기‧열 전도성이 구리나 다이아몬드와 동등하고 강도가 강철의 100배인 차세대 소재이며 배터리, 반도체 웨이퍼용 트레이, 자동차 부품, 면상발열체 등으로 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CNT를 전도성 첨가제로 사용하면 카본블랙보다 전도성이 10% 높아 사용량을 30% 감축할 수 있으며 배터리의 크기가 작아지고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CNT는 LiB 음극재 외에도 리튬황전지나 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의 전도성 첨가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CNT 전도성 첨가제 시장은 2021년 5000톤에서 2030년 7만톤으로 확대되고 시장도 연평균 30% 늘어나 2030년 2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코발트(Cobalt)계 촉매를 통해 배터리 품질을 저하하는 자성 불순물을 저감한 CNT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생산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전도성 페인트, 가열 소재, 반도체 웨이퍼 트레이용 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트레이용은 열, 먼지, 전자파, 정전기에 높은 내성을 가지며 전도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온, 전지부터 메모리 소재까지…
일본 제온(Zeon)도 CNT 용도를 확장하고 있다.
제온은 슈퍼 글로스 공법으로 단층 CNT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불소수지와 고무 복합소재로 응용함으로써 용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PTFE(Polytetrafluoroethylene)에 CNT를 첨가하면 대전방지 기능을 부여할 수 있어 반도체약품 공급 노즐이나 다이어그램 변 등 반도체 제조장치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0.05중량%만 첨가해도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압축성형 시 강도 저하를 일으킬 만한 부분이 적은 것이 특징이며 용출 금속량도 검출한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소고무(FKM) 복합소재 분야에서는 수소 등 다양한 가스에 대한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O링 용도로 제안하고 있다.
고압 수소 노출 시에도 수소 침입량을 낮추면서 보강성을 향상시켜 냉열 사이클에도 견딜 수 있게 됨으로써 미래 수소사회 소재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는 리튬이온음극전지, 리튬황전지, 공기전지 등을 주목하고 있다.
CNT는 비표면적이 커 전극 소재로 사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향상시킬 수 있고 리튬음극전지의 과제인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일본 물질‧소재연구기구(NIMS)와 소프트뱅크(Softbank)가 공동으로 개발한 리튬공기전지용 전극에 CNT를 적용해 산소봄베를 통한 고순도 산소 공급이 필요했던 부분을 공기 중 수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이미 LiB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CNT 시트와 동일한 CNT 시트를 전극 소재로 대체 투입하거나 프로세스 간소화를 진행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유기박막 태양전지 응용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그린이노베이션(GI) 기금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형 NRAM(불휘발성 메모리)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Nantero와 협력해 2개의 전극 사이에 CNT를 끼워 넣는 간단한 구조로 메모리 활용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