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기존의 기초소재 중심 구조로는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입은행은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2024년까지 중국발 공급과잉 때문에 수익 개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차별적 경쟁력 확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은 2018년 이후 연평균 6.3%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1280만톤에서 2026년 1460만톤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투자를 통해 에틸렌 생산능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1년 에틸렌 생산능력 75만톤의 MFC(Mixed Feed Cracker),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2022년 에틸렌 85만톤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완공했고,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에틸렌 180만톤을 건설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앞으로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와 전기자동차(EV) 보급으로 석유제품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석유화학 투자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률을 빠른 속도로 올리며 이미 2022년부터 세계 생산능력 1위 지위를 거머쥐고 수입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공급과잉 구조로 변화시키고 있어 국내기업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대규모 정제설비 및 올레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자동차, 패키지, 소비재 등 석유화학 전방산업을 다양하게 갖추었으나 원료 수입 의존도 및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또 NCC(Naphtha Cracking Center) 중심이어서 고유가에 따른 원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나프타(Naphtha) 베이스 에틸렌 생산 코스트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톤당 400-1400달러 수준으로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타고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에탄(Ethane) 베이스 에틸렌 코스트는 중동이 200달러, 미국은 2012년 이후 400달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가격이 올라도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원료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실제 LG화학,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많은 증권사들이 2024년 상반기까지 양사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시장 개척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나 이미 일부 석유화학기업들이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이외 국가로 수출국을 다양화하며 수익 개선을 도모했음에도 큰 성과가 없었고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증가율이 생산능력 증가율을 하회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프로판(Propane) 등 원료 다양화를 통해 나프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업구조 다각화 및 신 성장동력 확보가 급선무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앞으로도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고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기업별로는 무엇보다도 재무상황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