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소송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1월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1심 무죄를 뒤엎고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서도 금고 2년-3년 6개월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CMIT(Chloromethyl Isothiazolin)와 MIT(Methyl Isothiazolinone)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 또는 천식 등을 앓게 하고 1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2021년 1월 1심은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CMIT·MIT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등의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을 인정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이 1994년 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을 무시하고 CMIT·MIT 성분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1995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실험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계속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2002년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될 때도 1994년 당시 나왔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과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판결 뒤 일부 피해자 가족은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에 상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um Chloride)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신현우 옥시 전 대표는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2018년 1월 징역 6년이 확정된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본 사건으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262명이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