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글로벌 시장 장악 … LG‧SK‧삼성, 하이니켈 집중 전략 실패
2차전지용 LFP(인산철리튬) 소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LFP계 LiB(리튬이온전지)는 니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 내구성이 뛰어나고 코스트가 낮은 장점이 있으나 이미 전기자동차(EV)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3원계 LiB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은 단점이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 LFP에 망간을 첨가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개발됐고 일부기업은 팩 구조를 개량해 셀 탑재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능을 향상시켜 LFP계와 3원계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전기자동차 소비국인 중국이 현재 모든 전기자동차 중 50% 이상에서 LFP계 배터리를 채용할 정도로 소형‧중형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LFP계 탑재를 유도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자동차 모델 중 테슬라(Tesla) 모델Y, 기아 레이 EV, KGM 토레스 EV, 볼보(Volvo) EX30 등이 LFP 배터리를 채용했고 BMW iX,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EQS 등도 LFP 라인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LFP계가 아니라 3원계 중에서도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대폭 연장 가능한 하이니켈계 LiB 개발에 주력해 LFP계 개발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트렌드가 3원계 중심에서 3원계-LFP로 전환되면서 국내 3사도 자동차기업들의 채용 흐름에 맞추어 LFP 관련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이 초기부터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2026년 전후로 상용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중국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2020년에 수개월간 글로벌 1위 지위를 누렸으나 CATL이 중국 정부의 LFP 확대 전략을 타고 중국과 해외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비야디(BYD)까지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2023년 글로벌 3위로 밀려나 LFP 선회 전략이 절실한 상태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2025년부터 그동안 주력 공급하던 하이니켈 배터리 외에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낮춘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함께 공급함으로써 자동차 시장의 배터리 저가화 트렌드에 대응할 예정이나 LFP계 LiB는 2026년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가장 이른 시기에 LFP계 LiB 개발을 완료하고 2023년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국내 최초로 시제품을 공개했으나 아직 공급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고, 삼성SDI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계 LiB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배터리 사업에서 전반적으로 프리미엄 노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적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역시 LFP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중국 중심 서플라이체인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양극재 생산기업 스미토모금속(Sumitomo Metal Mining)은 2030년경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중 40%가 LFP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LFP계 양극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미토모금속은 니켈 광산을 보유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주력 공급하며 2025년까지 니켈계 양극재 생산능력을 8만40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LFP계 LiB가 급부상함에 따라 니켈계와 LFP계를 합쳐 전체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7년 12만톤, 2030년 18만톤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FP계 양극재 사업은 2022년 스미토모오사카시멘트(Sumitomo Osaka Cement)로부터 인수하며 습식(수열공법) 프로세스를 확보했으며 이후 중국기업으로부터 건식(고상공법) 프로세스까지 확보해 2개 공법을 융합시킨 독자적인 프로세스를 확립한 상태이다.
습식 프로세스의 높은 품질과 건식 프로세스의 양산성을 모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내 소량시험 설비에서 전구체까지 전공정을 검증할 예정이며 스미토모오사카시멘트로부터 인수한 베트남 공장을 활용해 후공정(소성)까지 테스트한다.
또 2023년 10월 출자를 결정한 캐나다 나노원(Nano One)의 친환경 제조공법을 도입한다면 LFP 뿐만 아니라 기존 니켈계 LiB의 환경부하까지 낮추어 전체 양극재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