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장은 홍해 선박 공격 사태로 시장 단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시장은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사태로 수에즈(Suez) 운하를 통한 석유·가스 수송이 크게 감소하면서 미국·유럽 등 대서양 중심 시장과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인도양·동아시아 중심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물류 정보기업 케이플러는 1월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유조선 숫자가 2023년 11월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은 73%,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은 65% 급감해 감소 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운임은 12월 중순 이후 약 50% 뛰었으며 같은 기간 브렌트유(Brent)는 약 8% 상승했고 운임비 상승 여파로 1월에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산 원유 선적량은 전월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후티반군이 2023년 11월 하순 홍해상에서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항로가 큰 타격을 받았으며, 유럽 일부 정유기업들은 수에즈 운하를 통한 수송량이 감소하면서 1월에 이라크산 원유를 아예 구매하지 않고 북해산과 남미 가이아나산 원유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Abu Dhabi)산 원유 수요가 급증해 1월 중순 현물가가 급등했다.
석유제품 시장에서도 단절 흐름이 나타났다. 아시아 시장에서 유럽산 나프타(Naphtha)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나프타 가격은 1월26일 C&F Japan 톤당 718달러로 38달러 폭등해 2년만에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동북아시아 크래커 가동률 축소에 따른 수요 감소로 660달러대로 급락한 상태이다.
인디아·중동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가는 경유·항공유와 아시아로 가는 유럽산 중유·나프타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가급적 가까운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하려는 정유기업들이 증가했다.
한국·인디아 등 수입 의존국의 원유 공급선 다변화는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며, 특히 정유산업의 유연성이 제한됨에 따라 마진이 잠식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빅토르 카토나 케이플러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수송하기 쉬운 화물 쪽으로 돌아서는 것은 상업적으로 타당하며 홍해 사태로 화물 운임이 고공행진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이 공급 안정성과 이익 극대화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 잡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처 다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비용이 증가하면서 상승분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으면 정유기업들의 마진이 잠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인 사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후티반군은 당초 러시아·중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으나 1월 말 러시아산 원유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해상 물류 차질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