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셜티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은 반도체·배터리 조정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적극 이어가고 있다.
미국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4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6240억달러로 전년대비 16.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증가했던 PC·스마트폰 특수가 급감하며 성장이 둔화됐으나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다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분야 소재 공급을 장악해온 일본 화학기업들은 생산제품 다양화 및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는 실리콘(Silicone) 사이클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나 생성형 AI와 경제안보 강화, 탈탄소 사회 이행 트렌드를 타고 중장기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음 사이클의 고점에 대비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미래 수요 기대하고 한국 투자 확대
가트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2025년 7210억달러로 15.5% 증가하는 등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투자가 활발한 한국과 미국, 일본, 타이완, 중국에서 반도체 소재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중국 갈등 및 양안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려되기 때문에 관련기업들은 2024년에도 리스크와 사업 기회를 고려하면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주요 수요기업이 있는 한국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아데카(ADEKA)는 한국 자회사 아데카코리아 전주 No.2 공장을 통해 반도체 소재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첨단 메모리 반도체용 고유전 소재 생산능력 확대를 위 23억엔(약 209억원)을 투자했으며 차세대 고유전소재에 21억엔(약 191억원)을 선행 투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아데카코리아의 연구개발(R&D) 기지를 2023년 경기도 화성시로 이전·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케미칼(Nissan Chemical)은 89억엔(약 812억원)을 투자한 한국 자회사 NCK의 당진 신규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2024년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NCK 당진공장은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에서 사용하는 반사방지막 및 EUV(극자외선) 하층막, 고성능 탄소막(SOC) 등을 생산하며, 닛산케미칼은 NCK 당진공장을 통해 포토리소그래피 소재 생산능력을 40% 확대하게 됐다.
반도체 조정기에도 소재 다양화 박차
일본기업들은 최근 반도체 수요 침체 상황에도 소재 생산능력 확대 뿐만 아니라 생산품목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데카는 지바(Chiba) 공장에 약 27억엔을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용 EUV 포토레지스트용 광산 발생제 공장을 건설했으며 2023년 8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광산 발생제는 특정한 빛 또는 전자선과 반응해 포토레지스트 수지를 경화하는 산을 발생시킨다.
또 100억엔을 투자해 일본 사이타마현(Saitama) 구키시(Kuki)에 2026년 1월까지 신연구동을 건설할 계획이며, 또다른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타이완에서도 자회사인 ADEKA Fine Chemical Taiwan에 25억엔을 투입해 첨단 로직 반도체용 소재 공장을 신규 건설하고 2024년 4월 상업 가동한다.
DIC는 2023년 6월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를 생산하는 PCAS Canada를 약 130억엔(약 1187억원)에 인수했다.
PCAS Canada가 보유한 ppt 정제기술을 획득해 EUV 등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요구되는 초고순도 소재 품질관리능력을 개선하고 일본·캐나다 2개 사업장 체제로 첨단 칩부터 레거시 칩까지 폭넓은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할 방침이다.
다이셀(Daicel)은 오타케(Otake) 공장에서 2023년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원료로 폴리머 용해에 이용되는 고순도 용제 설비를 증설·가동했다.
일본화약(Nippon Kayaku)은 아사(Asa) 공장에 65억엔을 투자해 반도체 봉지재와 인쇄회로기판(PCB) 소재용 에폭시수지(Epoxy Resin) 생산능력을 30-50%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여름 본격 가동한다.
닛산케미칼은 도야마(Toyama)에 17억엔을 투입해 2025년 2월까지 검사동을 건설하고 생산·품질 관리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규모 인수합병 중심 생산능력 확대 본격화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점유율이 약 60%에 달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정부 펀드 산업혁신 투자기구(JIC)가 JSR을 인수하고, 후지필름(Fujifilm)은 미국 인테그리스(Entegris)의 반도체 약품 사업 인수, JIC와 Dai Nippon Printing(DNP),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반도체 패키징 기판 메이저 신코(Shinko)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잇따랐고 2024년에도 설비투자 프로젝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아고세이(Toa Gosei)는 요코하마(Yokohama) 공장에서 20억엔을 들여 반도체 웨이퍼 생산용 고순도 액화염화수소 생산능력을 30-40% 확대하고 있으며, Yuki Gosei Kogyo는 2025년 3월 말까지 후쿠시마현(Fukushima) 조반(Jyoban) 공장에서 반도체 소재용 아미노산(Amino Acid)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40억엔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Rasa는 질화막 등 에칭용 고순도 인산 리사이클을 추진한다. 오사카(Osaka) 공장에 수억엔을 투자해 2027년부터 재생제품 공급을 시작하며 생산능력은 960톤을 계획하고 있다.
Rasa는 고순도 인산 점유율 1위로 글로벌 생산기지 3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일본은 고순도 인산의 원료인 황린(Yellow Phosphorus)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리사이클 체제를 확립해 수요기업의 안정공급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DNP는 포토마스크 메이저로서 EUV 대응 포토마스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24년 하반기 멀티 전자빔 마스크 묘화장치를 증설하며, TOPPAN 역시 중기경영계획을 통해 포토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배터리, 공급망 역내화로 글로벌 생산체제 재검토
배터리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경제안보상 중요물질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덴카(Denka)는 타이 SCG Chemicals(SCGC)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LiB(리튬이온전지)와 해상풍력발전용 고압전선 케이블에 사용되는 아세틸렌블랙(Acetylene Black) 생산을 추진한다.
약 600억엔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2026년 하반기 가동해 총 생산능력을 150% 확대할 예정이다.
덴카는 일본 2곳과 싱가폴 1곳 등 3개 사업장에서 아세틸렌블랙을 생산하고 있으며 글로벌 점유율 1위 확보에 도전하고 있다.
쿠레하(Kureha)는 후쿠시마현 이와키(Iwaki) 사업장에서 약 700억엔을 투입해 LiB 접착제용 PVDF(Polyvinylidene Fluoride)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2026년 3월 완공을 목표로 8000톤 설비를 도입하고 이와키와 중국 사업장의 합계 생산능력을 2만톤으로 80% 확대할 계획이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 집적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과 중국에서 최적생산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아울러 쿠레하는 중기경영계획을 통해 기존 설비를 디보틀넥킹하고 추가 증설을 거쳐 2030년까지 PVDF 생산능력을 3만-4만톤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도요잉크(Toyo Ink)가 2024년 1월 발족한 artience는 미국과 중국에서 LiB용 도전조제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CNT(Carbon Nano Tube) 분산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5년까지 켄터키에서 공장을 신규 건설하고 기존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중국에서는 광둥성(Guangdong)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IRA 공세 강화
야노(Yano) 경제연구소는 2050년 글로벌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이 74조엔으로 2023년 대비 4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보조금 정책 및 탄소중립 정책이 시장 급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 북미, 중국의 구동용 배터리 시장은 각각 20조엔 전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터리 역시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원제약 등이 우려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은 시장 흐름에 따라 투자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소재 생산기업들은 IRA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온(Zeon)은 미국 자회사 Zeon Chemicals를 통해 텍사스 공장에 2026년 가동을 목표로 LiB용 바인더 설비를 신규 건설하고 IRA 시행으로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생산기업의 북미 생산·소비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DNP는 노스캐롤라이나에 LiB 외장재 배터리 파우치 공장을 신규 건설하고 있다. 투자액은 100억엔 수준이며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슬릿 가공 라인을 도입하고 이후 수요에 따라 같은 부지에서 원반 점보롤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입지는 노스캐롤라이나가 수요처인 배터리 공장이 가깝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며 IRA 보조금을 통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도카이카본(Tokai Carbon)은 약 37억엔을 투자해 2026년까지 야마구치현(Yamaguchi) 호후시(Hofu) 소재 음극재 개발·생산기지에 LiB용 인조흑연 음극재 기술 개발·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도카이카본은 현재 천연흑연계 음극재를 공급하고 있으나 글로벌 전기자동차 트렌드 본격화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조흑연계 음극재 생산에도 진출할 계획이며 유럽, 미국의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고려해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