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전기자동차(EV)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서플라이체인 혼란이 해소되면서 2023년 자동차 판매대수가 1550만대로 전년대비 11.5% 증가했다.
하반기에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을 진행해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됐으나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700만대 이후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USMCA로 니어쇼어링 심화…
북미지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서플라이체인 혼란과 반도체 부족 등으로 자동차 생산대수가 급감했으나 최근 회복 추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미국과 멕시코의 합계 자동차 생산대수가 1540만대로 전년대비 5.4% 늘었으며 2024년에도 1640만대로 6.4% 증가하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59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2027년에는 1670만대로 증가하는데 그쳐 2016년 달성한 최대 기록 1790만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테슬라(Tesla), 폭스바겐(Volkswagen), 비야디(BYD) 등이 멕시코에, 혼다(Honda)와 포드(Ford)는 캐나다에 전기자동차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등 생산기지를 인근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또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북미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멕시코, 캐나다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했으며 조건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USMCA는 기존 북미 자유협정(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시급 16달러(약 2만3000원) 이상 공장에서의 생산비중을 40-45% 이상으로 하는 임금조건과 역내 원산지 비중을 62.5%에서 75%로 늘리는 관세 제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 문제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생산기지를 인근국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IRA로 투자 유치해도 목표 달성 “비현실적”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청정 자동차 판매대수가 신규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해 지원하고 있다.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했거나 배터리 조달 조건 등 요건을 충족한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IRA 대상으로 지정되기 위해 신규 투자 계획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IRA 발효 후부터 2023년 8월까지 공개된 미국 전기자동차 관련 민간투자액이 약 1600억달러로 급증했고 북미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30년 전기자동차 1000만-13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인 1000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가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중장기 과제인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 때문에 니어쇼어링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 미국 정부가 IRA를 통해 전기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어도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입된 전기자동차가 인기를 누린다면 IRA는 이름뿐인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급률 목표를 둘러싸고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충전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의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대수를 50만기로 확대하기 위해 IRA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을 통해 92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는 2030년 전기자동차 주행대수를 3300만대로 가정했을 때 충전기 필요대수가 120만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현재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며 충전기 보수인력도 14만명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성장 둔화에 대선 결과 주목…
최근 둔화된 전기자동차 판매 확대 속도 역시 미국 정부의 보급률 목표에 대한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신규 판매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8%를 기록하는 등 전기자동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4분기에는 전기자동차 판매대수 증가율이 1.3%에 그치며 2분기 15%, 3분기 5%에 비해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기자동차 판매 속도가 둔화된 것은 신규 차종 출시가 더딘 가운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얼리어댑터 소비자가 증가했고 IRA 보조금 대상 차종이 줄었다는 점, 전기자동차가 추운 지역에 취약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전통적으로 픽업트럭과 같이 튼튼한 내연기관 자동차가 인기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한계에 부딪쳤다는 주
장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는 2023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계속 영업적자를 내는 등 수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자동차 투입에 집중하면서 미국 판매 점유율이 2020년 79%에서 2023년 50%로 급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자동차기업들은 IRA 보조금 대상 차종이 많지 않고 전기자동차 중 저가모델을 아직 다양하게 갖추지 못했다는 점, 전기자동차가 추운 날씨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 계획을 대부분 재정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은 탈탄소 움직임과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로 전기자동차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자동차 의무 해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며 재임 시절에도 전기자동차 보급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당선되면 관련 정책 대부분을 손볼 것으로 판단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자동차산업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연임한다면 기존 전기자동차 정책을 손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