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LiB(리튬이온전지) 설계 및 생산 단계부터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EV)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연쇄적으로 열 전파가 일어나며 화재 및 폭발로 번질 수 있어 열 전파 현상을 차단하는 기술력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 면에서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팩을 생산하고 있으며,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상황을 차단하고 있다.
프리미엄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니늄)는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열 제어 기술을 향상시켰고, 니켈 함량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망간 함량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은 발열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열 안전성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말 양산 예정인 원통형 46-시리즈에는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사전에 모니터링하며 BMS 고도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 생산기업 ADI와 배터리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퀄컴(Qualcomm)과 협력해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탑재될 첨단 BMS 진단 솔루션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은 넓은 밑면으로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구조상 발열 전파를 막는 효과가 있고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배출구)와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가 있다.
삼성SDI는 또 셀부터 팩까지 단계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 전파 방지 협의체를 사내에 구성해 배터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하고, 열 전파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많으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양극활물질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고 배터리 장기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원소 배합을 조정하는 복합 도핑 기술도 상용화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가 안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외부 충격에 약한 배터리 특성상 한층 강화된 기술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로서는 배터리 열관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가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올바른 충·방전 습관을 갖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까지 완충하지 않고 80-90% 정도로 충전하는 것이 화재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8월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부, 산업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자동차 화재 관련 회의를 열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9월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