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계가 건식 공정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건식 공정을 상용화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배터리 전쟁에서 승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건식 공정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 향상에 이점이 있다.
삼성SDI는 최근 천안시에 국내 최초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 드라이 EV를 건설하고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건식 공정 기술이 완성되면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캐즘을 조기에 극복하고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에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파일럿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상용화 시점은 2028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 전부터 건식공정 개발을 시작했으며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에 적용할 건식 공정 기술과 다양한 활물질에 대한 건식 전극화 등 연구개발 로드맵을 확장할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배터리 제조·장비기업 사쿠(Sakuu)와 공동개발계약을 맺었다. SK온의 셀 양산 기술과 사쿠의 건식 공정 노하우를 결합해 최적화된 건식 공정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생산기업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서 활물질에 유기용매를 섞은 액체 슬러리를 극판에 코팅하는 습식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반면, 건식 공정은 활물질을 고체 파우더로 만들어 금속 극판에 코팅한다. 습식 공정과 달리 고열로 극판을 건조해 용매를 회수하는 시스템과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설비투자와 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건조 과정이 없기 때문에 생산속도와 효율을 높여 배터리 생산 과정 전반에 걸친 비용 혁신이 가능하다.
건식 공정을 도입하면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 수준 이하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습식 공정보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기술 난도가 높아 상용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Tesla)가 2020년 4680 배터리에 건식 공정을 적용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아직 제한적으로만 성공한 상태이다.
관건은 국내기업들이 건식 공정 도입에서 경쟁자인 중국을 압도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확보된 공급망을 통해 저가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기업은 건식 공정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며 습식 공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바인더와 장비 개발, 특허 등 기술력이 필요해 확실하지 않은 건식 공정을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