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글로벌 전기자동차(EV) 및 LiB(리튬이온전지)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켰으나 최근 성장세 둔화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LiB산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LiB 산업규범 조건을 3년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갱신해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2021년 버전에 비해 배터리 성능 기준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항목 세분화, 적용제품별 에너지밀도 기준 신설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새로운 기준 정립을 통해 포화상태인 중국 LiB 시장 조정에 나서고 유럽 수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기업 난립하며 수익성 악화 심화…
중국 LiB산업은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활용해 전기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육성함과 동시에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중 절반 이상을 중국기업이 공급했으며 중국의 LiB 생산량이 940GWh로 전년대비 25.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체 생산액과 주요 소재 생산량도 모두 증가해 글로벌 LiB 및 관련 소재 시장을 중국이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 LiB 시장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중국기업들의 과열된 경쟁이 성장세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면서 중국 전역에서 배터리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결국 2023년 들어 배터리 뿐만 아니라 리튬과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 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LiB 관련기업 중 영업이익이 급감한 곳이 속출했다.
CATL과 같이 글로벌 1위를 달리는 메이저조차 2023년에는 순이익이 50% 이상 격감했으며, 음극재 메이저 BTR 또한 2024년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0.0%, 순이익은 20% 이상 급감해 배터리 관련기업들이 중국시장에만 의존하면 수익 개선이 어렵다는 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성능 기준 강화하며 공급과잉 해소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LiB 산업규범 조건(2024년판) 발표에 앞서 의견 청취 기간을 가졌으며 조만간 확정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견 청취 전 공개한 내용을 참고할 때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양극, 음극, 분리막에 대한 요구 성능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생산기업 수가 늘어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력 향상을 촉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동력전지로 분류하고 크게 소동력형과 대동력형으로 나누는 등 기준을 세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동력형은 소형 전기자동차와 전동 스쿠터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이며, 대동력형은 전기자동차와 전기선박, 전기비행기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가리킨다.
대동력형 중 에너지형은 장시간에 걸쳐 일정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로 높은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가져야 한다. 주로 전기자동차와 휴대폰, 노트북 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장시간 동작이 필요한 기기에 널리 사용되며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능력이 우수한 소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장능력이 우수한 소재로 3원계와 LFP(인산철리튬)를 소개했다.
파워형은 단시간에 고출력을 내는 배터리를 가리키고 내부저항이 낮고 전류 방전능력이 높으며 고부하에 대응이 가능해 전동공구와 하이브리드자동차(HV), 드론(무인항공기) 등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출력해야 하는 용도에 사용하는 배터리이다.
에너지 효율 기준으로 유럽 수출 확대 도모…
LiB 산업규범 조건(2024년판)에서 가장 큰 변화로 주목되는 것은 에너지 소비효율 항목 신설이다.
배터리 소재별 생산량당 에너지 소비량 기준을 정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쌍탄목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쌍탄목표 아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피크아웃을 실현하고 2060년에는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등은 다른 화학제품보다 대량의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보호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LiB 산업규범 조건에서 관련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안은 LiB산업 전체의 레이아웃과 확장과 관련해 안이한 생산능력 확대 프로젝트는 저지하고 기술 혁신을 강화해 생산제품의 품질을 높이면서 코스트를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최근 중국 LiB산업이 안고 있던 공급과잉 과제 해결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효율 가시화를 통해 LiB 관련기업들의 글로벌 기준 대응을 지원한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자동차, LiB를 3대 수출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주요 수출국은 2023년 수출액 기준으로 전체의 20%를 수출한 미국이 1위, 독일(14%), 한국(12%) 순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탈중국 정책을 펼치고 있고 2024년 5월 중국산 전기자동차와 LiB 등 14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올림에 따라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은 중국이 생산한 자동차용 배터리 등 LiB에 대한 관세율을 2024년부터 기존 대비 25%, 전기자동차는 2025년부터 100%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유럽연합(EU)을 미국의 뒤를 이을 주요 수출처로 주목하고 있으며 공업정보화부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환경부하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U는 2024년 2월 유럽 배터리 규칙을 통해 역내에서 유통‧사용되는 배터리를 대상으로 원료 조달부터 폐기‧리사이클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CATL‧BTR, 탄소중립 대응 본격화
CATL은 2025년까지 자체 생산체제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5년에는 밸류체인 전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CATL은 중국에서 배터리 공장 9곳을 가동하고 있다. 쓰촨성(Sichuan) 경제정보화부가 CATL 자회사인 Sichuan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의 생산능력 확대 심사를 진행하며 공개한 의견에 따르면, 배터리 관련 종합 에너지 소비량이 1만Ah당 149kg(표준 석탄 환산)으로 중국 정부의 2024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Sichuan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는 LiB 공장 중 최초로 제로카본을 실현했으며 2022년 탄소중립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CATL이 2024년 4월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기업 50사와 함께 배터리 셀, 배터리 팩 제조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계산했고 2023년 태양광 발전량이 약 990만kWh로 매년 약 7800톤의 이산화탄소(CO2)를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6월 쓰촨성 경제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LFP 배터리의 종합 에너지 소비량이 생산량 1톤당 552kg(표준 석탄 환산)으로 중국 정부의 신규 기준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극재 메이저 BTR은 2024년 초 ESG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했다. 2021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하고 단위제품당 탄소 배출량을 연평균 5% 감축해 2030년 탄소 피크아웃, 2050년 탄소중립, 2060년 밸류체인 전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2023년 자회사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 관련 조사를 실시해 탄소발자국 평가를 진행했으며 음극재용으로 투입하는 인조흑연 역시 탄소발자국 평가를 마쳐 유럽 배터리 규제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