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려아연(대표 박기덕·정태웅)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9월24일 신청한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특정 전구체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에 유출되면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하고 보유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을 산업기밀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뿐만 아니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한다는 판정도 동시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기업은 정부로부터 개발 부담금 감면, 공장 인허가 단축 등 각종 지원 및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2차전지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됨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외국기업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할 권한을 갖는다.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MKB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임시 주주총회 핵심기술 판정을 국가 기간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논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자신들을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고 중국계 자본이라는 주장은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해명한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던 전구체 국내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해 2023년 11월 자회사 켐코를 통해 울산에 올인원 니켈 제련공장을 착공해 2025년 시운전을 앞두고 있다.
켐코는 앞서 2022년 LG화학과 합작법인 한국전구체를 설립했다. 한국전구체는 3월 세계 최초로 혁신 공정을 적용한 전구체 공장 2만톤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 2주 만에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2024년 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부의 판정으로 고려아연은 순수 국내 기술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국내 자급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또 “관련 법령에 따라 해외 유출 보호 조치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며 “국내 2차전지 소재의 핵심 광물 공급망 다양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산업의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