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과 미국 화학 메이저들은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으나 자동차산업 침체 장기화로 중장기 전망은 밝지 않은 편으로 평가된다.
유럽‧미국 화학 메이저들은 2024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개선된 곳이 대다수이다. 2023년 이후 이어졌던 수익성 악화 상황에 대응한 코스트 감축 및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특히 유럽은 수요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우선 최악의 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화학 메이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2022년 하반기 이후 수익성 악화에 고전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메이저들이 2023년부터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코스트 감축에 주력했고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스프, 코스트 감축 효과 가시화
바스프(BASF)는 2022년 대규모 코스트 감축에 착수해 2024년 9월까지 연간 8억유로 상당의 코스트 감축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Dow)는 2023년 약 2000명의 인원 감축을 단행했고 물류비와 유틸리티 코스트 감축, 생산성 향상을 통해 10억달러에 달하는 코스트 감축에 성공했
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2024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2%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하는 등 화학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양호하지 않은 편이다.
2024년 3분기에도 많은 화학 메이저들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으나 자동차산업 침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바스프의 마커스 카미트 회장은 최근 영업실적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자동차 생산대수가 3분기에만 5%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동차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 바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기자동차(EV)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 역시 둔화됐기 때문이다.
바스프는 매출액의 15-20% 정도가 자동차산업 관련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 양극재 원료 사업 전략을 재정비했으며 중국 이외 지역 투자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에서 추진하던 사업도 합작투자로 전환함으로써 수익 개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자동차산업과 유럽 침체로 타격 계속
셀라니즈(Celanese)는 2024년 2분기와 3분기 모두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유럽 자동차산업 침체가 심각해 최근 영업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자동차 용도를 중심으로 육성하고 있는 엔지니어드 머터리얼 사업은 3분기 수요 침체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2025년 말까지 7500만달러(약 1100억원) 이상의 코스트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며 판매관리비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2024년 말까지 세계 각지에서 생산설비를 일시적으로 가동중단함으로써 제조코스트를 감축하고 4분기 2억달러의 재고 방출을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우는 10월 중순 유럽 수요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유럽 자산을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PU(Polyurethane) 사업이 중심이며 유럽‧중동‧아프리카‧인디아 등 EMEAI 지역 매출액 중 20%를 대상으로 재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중반까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미국과 캐나다에 자산을 집중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솔베이(Solvay) 그룹의 사이언스코(Syensqo)는 프랑스, 미국, 벨기에, 이태리를 중심으로 약 300-350명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본, 반도체 르네상스로 회복 속도
일본 화학 메이저들은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영업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일본 화학산업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반도체 관련 호조에 힘입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반도체 불황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2023회계연도와 달리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은 2024년 4-9월 반도체 실리콘(Silicone) 웨이퍼 사업이 포함된 전자소재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1.1% 증가하면서 전체 영업실적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서버를 비롯해 하이엔드 스바트폰 등 첨단 반도체 분야 회복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첨단 반도체용 패키징 소재가,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정밀 비즈니스가 양호했다.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첨단 반도체 프로세스용 고접착 UV(Ultra Violet) 테이프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라인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헬스케어 사업도 일본 화학 메이저들의 영업실적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츠비시케미칼은 북미에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경구용 치료제가, 아사히카세이는 일본에서 골다공증 치료제 판매 사업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의약품 사업에서 고전했던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역시 진행성 전립선암 치료제 오르고빅스(Orgovyx)를 포함한 3대 기간제품의 미국 판매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했다.
석유화학, 불확실성 확대에 구조개혁 본격화
일부 석유화학제품 시황 상승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석유화학 및 기초화학제품 시장은 중국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 지역 신증설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MMA(Methyl Methacrylate) 모노머와 AN(Acrylonitrile) 등 일부제품 시황 상승이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평가 이익 증가 효과를 가져왔다.
도소(Tosoh)는 17억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CA(Chlor-Alkali) 사업에서 정기보수 효과로 VCM(Vinyl Chloride Monomer)과 가성소다(Caustic Soda) 판매량이 증가했고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스미토모케미칼은 사우디 사업장 설비 트러블 등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석유화학이 포함된 기초화학제품 부문 코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또 4-9월 호조를 반영해 전체 영업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화학기업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쓰이케미칼은 오사카(Osaka) 에틸렌(Ethylene) 설비 트러블을 반영해 코어 영업이익 전망치를 1250억엔에서 1050억엔으로 하향했다.
하지만, 성장사업은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석유화학·기초화학 구조개혁 효과가 나타나면서 사업구조 자체가 2022-2023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본 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2024회계연도 하반기(10-3월)에도 사업구조 개혁에 따른 영업이익 손실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성장성과 경쟁력, 수익성을 고려해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하는 합리화 전략을 고수할 방침이다.
미쓰이케미칼은 미국의 관세 움직임과 국제질서 등을 주시하면서 지속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발생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가운데 여전히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 글로벌 사업 환경에 불안정성이 가중됨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수익기반 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책과 신속한 성장전략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타이, 인도라마 혼자 살았다!
타이 화학산업은 PTTGC(PTT Global Chemical), IRPC, SCG Chemicals(SCGC) 등 메이저들의 3분기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메이저 4사 가운데 인도라마(Indorama Ventures)만 유일하게 조정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증가했으며 SCGC와 IRPC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PTTGC는 조정 EBITDA가 84억바트로 전년동기대비 31% 급감했으며 석유정제부터 에틸렌(Ethylene) 크래커에 이르는 업스트림 사업에서 10%대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사업은 미국 생산 확대와 아시아 정유공장의 수출 증가 등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P-X(Para-Xylene)는 다운스트림 폴리에스터(Polyester)와 섬유 관련 수요가 부진해 원료인 컨덴세이트(Condensate)와의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프로필렌(Propylene) 시황은 2분기 대비 소폭 회복했으나 전체 올레핀 판매량은 감소했다.
중간제품 사업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원료가 상승한 페놀(Phenol)과 수요가 감소한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등은 원료와의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MMA는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플래스틱·화학제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LLDPE(Linear Low-Density PE), PVC(Polyvinyl Chloride) 등은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판매량도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했다.
자회사인 코팅수지 메이저인 독일 올넥스(Allnex)를 중심으로 하는 기능성 화학품 사업도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IRPC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방향족과 스타이렌 관련제품 판매가 회복했으나 톨루엔(Toluene), 자일렌(Xylene), HDPE 스프레드 악화로 조정 EBITDA는 마이너스 48억바트로 집계됐다.
범용제품 사업 수익성 악화
SCG Chemicals도 조정 EBTIDA가 15억바트로 46% 급감했다.
석유제품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주력제품인 폴리올레핀(Polyolefin)과 PVC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환차손과 재고자산평가 손실이 더해졌다. 또 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베트남 롱손(Long Son) 석유화학단지 유지관리비까지 가중되면서 최종적으로 15억바트 순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인도라마는 주력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가 회복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글로벌 최대 PET 메이저로 평가되는 인도라마는 고정비 감축 효과 등에 힘입어 주요 3대 부문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조정 EBITDA는 4억2700만달러(약 146억바트)로 32% 급증했다.
중간원료 등 복합 PET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PTA는 판매량이 감소한 반면, 수요가 탄탄한 PET 판매량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계면활성제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Indovinya는 올레오케미칼(Oleochemical) 관련 마진 개선과 고부가제품 판매로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으며, 손익분기점 이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공장을 폐쇄하면서 생산 최적화에 성공했다.
타이 화학기업들은 범용화학제품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PTTC는 79%, IRPC는 78%로 3분기 크래커 카동률이 2분기 대비 하락했다.
SCGC는 10월 기준 타이 소재 크래커 2기의 가동률이 80-85%를 기록했으며 4분기부터 2025년 1분기에 걸쳐 여전히 다수의 신규설비가 가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레핀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인도라마는 복합 PET 사업은 가동률이 84%로 회복했으나 Indovinya와 섬유 사업은 69%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
표, 그래프: <유럽‧미국 화학 메이저의 영업실적(2024.Q3), 일본 화학 메이저의 영업이익 변화, 타이 화학 메이저의 조정 EBITDA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