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산업은 미국-중국 갈등 심화로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아프리카 공급망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아프리카 광물 확보 경쟁 속 주요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프리카가 백금족, 희토류 뿐만 아니라 리튬, 코발트, 흑연, 망간 등 전기자동차(EV)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탐사 지역이 많아 잠재성이 높고 세계에서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구조를 가져 핵심광물 채굴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 역시 유리한 만큼 주요국들은 아프리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0년대 이전부터 외교부장의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전통을 이어오는 등 오랜 외교 관계를 기반으로 경제 협력에 주력하고 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BRI)를 활용해 대규모 광물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동에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 2위 권역에 해당한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아프리카 외교와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민간기업도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다.
화유코발트(Huayou Cobalt), CATL, 블랙록마이닝(Black Rock Mining) 등 중국의 주요 전기자동차·배터리·광물 관련기업들은 현지 광산 지분을 사들이거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체를 통해 우방국과의 아프리카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을 내세워 광물 수송 인프라인 로비토 회랑에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상사를 통한 현지 지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프리카 투자 및 교역이 저조하며 현지에서 존재감도 약한 편이다.
2024년에는 한국-아프리카 무역액이 24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중국과 미국은 각각 2950억달러, 730억달러에 달했고, 해외직접투자(FDI) 통계에서도 2023년 한국은 3억4000만달러로 집계된 반면, 중국과 미국은 각각 39억6000만달러, 77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권에 따라 인도주의, 자원외교,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아프리카 협력 전략이 변화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이 EU, 미국에 비해 배터리 다운스트림 공급망이 탄탄하며 배터리산업에서 첨단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파괴, 불법채굴 논란이 있는 중국에 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24년 광물안보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에서 13개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지속가능성과 현지 경제발전 및 ESG 기준 준수를 천명한 바 있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