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부도 위기를 넘겼으나 회사채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기업 상당수가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를 떠안은 상태이고 상반기 롯데케미칼로부터 촉발된 도미노 등급 강등 사태에 이어 여천NCC 자금수혈을 둘러싼 대주주 간 갈등까지 노출됨에 따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천NCC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모두 A-에 등급전망 부정적을 받고 있다. 등급전망 부정적은 당장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으나 추후 재무 상태를 관찰하면서 하향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며 여천NCC는 현재 등급에서 한단계만 내려가도 A등급 지위를 잃게 된다.
6월에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되면서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 계열사의 신용도가 연쇄적으로 강등된 바 있다.
또 SKC(A+), HD현대케미칼(A), SK어드밴스드(BBB+), 효성화학(BBB) 등 석유화학기업 상당수가 등급전망 부정적을 부여받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업황 부진과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로 경쟁력을 잃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확대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당장 등급이 떨어지지 않았어도 석유화학산업의 연이은 잡음과 리스크 부각에 투자심리는 얼어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석유화학기업들이 그동안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무기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만큼 여천NCC 사태를 계기로 회사채 흥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회사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도 그룹을 믿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DL이 여천NCC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가 깨졌는데 누가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여천NCC가 발행한 CP(기업어음) 등 모든 종류의 채권 잔액은 총 4950억원이며 약 1100억원은 3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며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의 지원 결정으로 급한 불은 껐으나 회사채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여천NCC의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으로는 신용등급이 낮은 편이어서 리테일에서 소화돼 개인투자자들이 매입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당분간 공모시장 대신 사모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석유화학 등 업황이 부진하고 비우량 등급에 대한 회사채 시장 내 소외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석유화학기업은 당분간 미매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공모시장은 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