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화학원리를 이해한 AI(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은 2월10일 분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이해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R-DM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분자의 에너지를 직접 고려하는 점에 있다. 분자의 모양을 단순히 흉내내는 기존 AI와 달리 분자 내부에서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를 고려하여 구조를 스스로 다듬는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에너지가 높을수록 언덕, 낮을수록 골짜기로 표현한 지도로 나타내고 AI가 가장 에너지가 낮은 골짜기를 찾아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R-DM은 에너지 지형 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피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며 분자를 완성한다.

수학 이론인 리만 기하학을 적용한 것으로 화학의 기본 원리인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법칙을 AI가 스스로 학습한 결과이다.
실험 결과 R-DM은 기존 AI보다 최대 20배 이상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예측 오차는 정밀 양자역학 계산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줄어 AI 기반 분자 구조 예측 기술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
R-DM 모델은 신약 개발, 차세대 배터리 소재, 고성능 촉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AI 시뮬레이터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화학 사고, 유해 물질 확산과 같은 실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학 반응 경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어 환경·안전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김우연 KAIST 교수는 “AI가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한 첫 사례”라며 “신소재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글로벌 학술지 네이퍼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1월2일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