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노조 파업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중동지역에 전운이 짙어지면서 정부와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5%p 오르고 무역수지가 7억5000만달러 악화되는가 하면 경제성장률도 0.10%p 떨어질 정도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03년 들어 유가는 1월4일을 전후해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33달러대, Brent유는32달러대, Dubai유는 27달러대까지 올라 거의 2년만에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2002년 1월 초 Dubai유가 18-19달러였던 만큼 10달러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2002년 12월2일 시작된 베네수엘라 석유노조 파업이 한 달이 지났는데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전쟁이 1월 말 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파업과 미국-이라크 전쟁이 겹치면 엄청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Dubai유 기준으로 35-4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세계 석유공급에서 전체의 6-7%에 해당하는 하루 450만-500만배럴의 차질이 발생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체 생산능력은 340만배럴에 불과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OPEC가 증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강세장이 잠시 주춤한 것은 다행스러운 움직임이다. 석유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200만배럴 증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100만-150만배럴 정도 증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도 3단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대응 계획에 따르면, Dubai유 기준으로 30달러 이상 일시적으로 급등한 뒤 정상화될 시 시장에서 인상요인을 흡수하고 소비절약을 강화하는 방법이 1단계 대책이다. 그러나 35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 수급차질이 예상될 때는 2단계에 돌입해 비축유를 풀고 네온사인과 전광판, 체육시설, 유흥사치업소 등에 대한 절전고시를 시행하는 한편, 관세와 특소세 등의 인하와 수입부과금 징수유예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고 심각한 수급차질이 발생하면 3단계 대책을 발동해 유가완충 준비금을 활용한 최고가격고시제 시행이나 수급조정 명령 발동을 검토하게 된다. 현재 비축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정부 48일분, 민간 53일분 등 101일분(1억4750만배럴)을 보유중이며 유가완충자금은 배럴당 5달러씩 보전해 주면 34일간 쓸 수 있는 금액인 4617억원이 있다. 한편, 국내 정유기업들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원유 수급대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베네수엘라 파업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해 한달 뒤 반영되는 국내 소비자가도 ℓ당 20원 안팎씩 높아졌지만 최근 OPEC의 증산 논의로 다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중동 주요 산유국과의 오랜 유대관계를 활용해 유사시에도 도입물량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물량 우선권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전쟁이 일어나도 원유수송로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아닌 만큼 수급 자체에 큰 문제는 없을 터이나 유전파괴와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이지리아, 앙골라,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대체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Chemical Daily News 2003/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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