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산업은 국내 수출의 35%,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생산·고용·소득 창출 역할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력 성장산업으로서 IT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의 요지이다. 1992-2005년 국내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5.9%로 비IT 3.9%의 약 4배에 달했고, 부가가치 생산액은 2005년 기준 78조원으로 명목 GDP의 10.9%, 수출의 34.8%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IT 제조업은 중간재 국산화율이 5대 주력품목 기준 36%에 불과하고, 간판인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제조장비 국산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완제품과 범용부품은 일본을 따라잡았으나 비 메모리 반도체와 설계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소재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3-4년에 달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하다. 아울러 IT 중 제조업 부문은 산출액 10억원당 유발되는 취업자수가 2000년 기준 5.8명으로 전체산업 평균 20.1명과 비IT 제조업 20.6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T 제조업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당부분이 중간투입재의 수입 증가로 이어져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한국은행 보고서를 미리 입수했는지 고유의 사고인지 알 수 없으나, 삼성전자 주력제품의 수익률이 저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어렵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후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1월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에 한국이 샌드위치로 끼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도체와 전자가 주력인 삼성이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은 한국은행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성장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이 낮아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수입의존도가 높다보니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삼성하면 주력업종이 반도체와 전자라는 것은 눈먼 봉사도 알 수 있는데 그 삼성이 고부가가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 왕국이라는 한국을 발판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기술경쟁과 생산효율성 측면에서 노키아, 모토롤라 등에 밀리고 있고, 메모리 왕국 삼성전자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가전부문을 접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왜 그러할까? 1990년대부터 임금과 복지의 차별화를 외치며 우수인재를 싹쓸이 했던 삼성이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위기를 느끼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고, IMF 위기를 극복한답시고 휴대전화의 갖가지 폐해가 지적됐음에도 전혀 규제하지 않고 육성에 육성을 거듭했는데도 불구하고 밀리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휴대폰 육성정책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SK텔레콤, 한국통신(KTF) 등이 희희낙락할 때 일반국민들은 한 가정이 매월 20만-30만원씩 부담하느라 허리가 휘청거렸으며, 늘어나는 부담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국내기업들은 올라가는 코스트 부담 때문에 문을 닫거나 중국·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고임금을 주도해 국내기업의 코스트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초호화·대용량 가전제품에 휴대폰까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삼성이 위기를 느낀다고 하니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하청기업을 육성하기 보다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스스로 고부가가치화를 단념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우수인재를 끌어 모은답시고 고임금을 선도했으나 국가 전체의 코스트 경쟁력을 갉아먹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목을 죄어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서도 이제 와서는 삼성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임금과 규제 때문에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삼성은 공존의 법칙을 먼저 이해하고 다음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7/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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