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가 염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첫 주민 신고를 신속히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묵살한 것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불과 4개월 전에 일어난 구미 불산(불화수소산: Hydrogen Fluoride) 누출사고 당시와 마찬가지로 긴급상황 발생 때 체계적으로 벌여야 할 초기 재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이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1월12일 상주시가 염산 누출 신고를 최초 접수한 시간은 오전 10시40분께이다.
사고현장인 웅진폴리실리콘(청리면 마공리)에서 6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주민 김모(55)씨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하고 청리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이어 김씨는 2분 뒤 상주시에도 사고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2번 모두 사고내용을 소방서 및 경찰서 등으로 신속히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리면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임무는 사고 사실을 시청에 알리는 것 뿐”이라며 “신고를 접수하고 10여분 뒤 시청 총무과, 당직실, 재난종합상황실 등 3곳으로 팩스만 보냈다”고 말했다.
상주시 정만복 부시장은 “오전 10시42분에 신고가 들어 온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언급했고, 상주시 재난과 관계자는 “염산 누출 사실은 당일 오전 11시11분께 소방서에서 연락받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염산, 불산, 황산, 질산 등 맹독성 화학물질을 대량 보관하고 있는 까닭에 상주시가 정기 지도ㆍ점검까지 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나 공무원들의 초기 대응은 엉망이었다.
때문에 소방서(오전 10시45분)와 경찰(오전 11시1분) 등으로 사고상황을 전파한 것은 시청이 아닌 청리면사무소에 첫 신고를 한 주민 김씨였고,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초동대응에 들어간 것은 오전 11시8분께였다.
여기에 사고기업인 웅진폴리실리콘은 염산 누출 사실을 3시간 넘게 숨겼고, 상주시 또한 주민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탓에 사고가 난 뒤 3시간30여분이 지나서야 초기대응에 들어갔다.
대구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 때도 공무원들이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염산 누출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상주시가 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경각심을 벌써 잊은 듯 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 무단전재ㆍ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