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석유화학 시장 침체와 함께 출혈경쟁이 지나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소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태양전지, LED(Light Emitting Diode), 철강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생산능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창신화학(대표 배상도)은 2013년 4월 충남 서산에 수소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5월 생산에 들어갔으며, 덕양은 2013년 9월 군산과 여수 생산설비를 연이어 준공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했다.
수소 생산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수소 판매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수소 최대 메이저인 덕양과 SPG의 출혈경쟁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 폭락으로 수소 생산기업 “울상”
수소는 공업적으로 천연가스를 비롯한 탄화수소의 열분해에 의해 생산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나프타(Naphtha) 분해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천연가스로를 활용한 프로판(Propane) 탈수소나 소금물 분해, 제철공정의 부산물로도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수소 생산기업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소를 석유화학 제조공정에서 생산하는 부산물로 인식해 공급하고 있으나 원료 나프타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수소를 하나의 생산제품으로 인식해 공급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힘들고,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수소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동시에 석유화학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져 공급물량이 크지 않아 문제”라고 한탄했다.
국내 수소 생산능력은 29만9300㎥/hr에 달하고 있으며 나프타 분해방식이 16만1900㎥/hr로 전체의 54.1%를 차지하고 있다. 소금물 전기분해 방식은 6만7500㎥/hr로 22.6%, 천연가스 개질은 5만1600㎥/hr로 17.2%, 프로판 탈수소는 1만4000㎥/hr로 4.7%, 메탄올(Methanol) 개질은 4000㎥/hr로 1.3%, 코크스(Cokes)는 300㎥/hr로 0.1%를 차지하고 있다.
덕양(대표 이치윤)은 국내 최초로 5만㎥/hr의 천연가스 분해방식 수소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이 총 15만9000㎥/hr에 달해 국내 전체 수소 생산능력의 53.1%를 장악하고 있다.
증설물량은 대부분 SK에너지에게 공급하고 있다. 증설물량 5만㎥/hr 중 4만㎥/hr을 SK에게 공급한다는 전제 아래 증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동률은 50-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분해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2014년 상반기까지 셰일가스(Shale Gas) 열풍으로 나프타에 비해 제조코스트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나프타가 천연가스에 비해 제조코스트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PG(대표 이성재)는 생산능력이 6만㎥/hr으로 시장점유율이 20.1%에 달해 덕양에 이어 2번째로 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PG는 창사 이후 수소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으며, 2013년 안산 반월공장에 국내 최초로 메탄올을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을 도입했다.
시장 관계자는 “SPG는 메탄올 공정 도입 초기였던 2013년 말 메탄올 가격이 CFR Korea 톤당 550달러를 넘어서는 등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바람에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이후 메탄올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사업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리퀴드코리아(대표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생산능력 5만3000㎥/hr에 점유율 17.7%로 SPG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린데코리아는 1만2100㎥/hr로 4.0%, SDG는 1만㎥/hr로 3.3%, 창신화학은 3200㎥/hr로 1.1%, 대성산업가스는 2000㎥/hr로 0.6%를 점유하고 있다.
덕양-SPG, 더이상 “상도덕”은 없다!
대산을 비롯해 수소 공급물량이 급속도로 확대됨과 동시에 창신화학이 2013년부터 수소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수소 생산기업들은 가격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수소는 생산기업별로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고 생산기업 사이에 물물교환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수요처를 공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산소, 질소, 아르곤과 달리 수소는 일반적으로 특정기업이 튜브트레일러를 한번 박으면 그곳은 다른 쪽에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이제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특히, SPG와 덕양 사이의 출혈경쟁이 심해 서로 뺏고 뺏기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입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수소 공급물량과 수요처 판매물량이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어야 하는데 무작정 공급처만 확보하다 보니 판매하지 못하고 잉여물량을 에어리퀴드가 저가에 구매해 수요처에 다시 판매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에서는 수소 수요가 확대되면서 자체적으로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어 수소 수요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SPG 관계자는 “수소 메이저들은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공급받고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압박이 매우 심하다”며 “공급방식과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2014년 수소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20-30% 급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용 가스는 일반순도, 고순도, 초고순도로 분류하고 고순도는 일반적으로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 하락과 함께 물류비를 절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덕양 관계자는 “한 공장에서만 생산한다면 원가를 많이 낮출 수도 있겠지만 공장별로 단위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작정 낮출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덕양은 생산능력이 가장 큰 만큼 수요처도 가장 많기 때문에 경쟁기업들이 공격할만한 여지가 가장 크며 덕양은 공격할만한 마땅한 수요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사이에 SDG, 린데, 에어리퀴드, 창신 등 수소 공급기업이 다양화되면서 신규기업들이 수요처 확보를 위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으나 한화, GS 등 석유화학기업들의 원재료 가격 인하폭은 매우 적거나 인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도 수요처에서는 가격을 내려달라고만 요구하니 중간에서 수익성이 악화돼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수소는 LNG(Liquified Natural Gas)나 LPG(Liquid Petroleum Gas) 사용량이 많아 석유화학기업들도 부산물이 아닌 원료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LNG 가격이 30% 이상 급등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리퀴드 관계자는 “당진 현대하이스코 입찰에서는 덕양이 진행하고 있던 곳을 SPG가 공격적으로 영업해 루베당 500원대 중반을 호가하던 가격이 49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반도체 생산기업인 페어차일드 입찰에서도 SPG가 덕양을 밀어냈다”고 밝혔다.
공급방식, 카트리지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전환
국내 수소 공급방식은 대규모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방식과 중·소규모 수요처를 대상으로 하는 카트리지 공급방식으로 구분되고 있다.
카트리지 공급용 수소 생산능력은 덕양이 9600㎥/hr로 가장 크나 자체 생산능력의 7-8% 수준에 불과하며, SPG케미칼은 6200㎥/hr로 생산능력의 11-12%를 카트리지로 생산하고 있다.
창신화학은 총 생산능력 2800㎥/hr를 전부 카트리지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SDG는 2500㎥/hr로 전체의 41.7%, 린데는 1600㎥/hr로 13.2%, 에어리퀴드는 800㎥/hr로 1.8%를 카트리지 공급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덕양은 튜브트레일러가 약 200대에 달하는 반면, 에어리퀴드는 20대로 거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데는 기흥 삼성전자 설비에 천연가스 크래킹, 대성산업가스는 파주 LG디스플레이·LG이노텍에 공급하기 위해 메탄올 분해기를 설치했으며, 에어리퀴드도 상주에 있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 설비를 구축하는 등 이전에는 카트리지로 공급하던 것들을 자체 플랜트를 설치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수소는 워낙 저장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가스형태로 운반하는 시장은 앞으로 점차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는 “카트리지 운송을 담당하는 튜브트레일러는 가격이 대당 2억원에 달하고 중량이 30톤을 초과해 유류비 비중이 크다”며 “튜브트레일러에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가 적재돼 있어 수요처에 감압 및 배관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등 선행투자도 필요하기 때문에 카트리지를 이용한 대규모 공급은 수익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트리지 판매방식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아도 된다”며 “앞으로 카트리지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소형화 설비가 증가하는 등 파이프라인 및 설비 위주로 전환돨 것”이라고 조언했다.
덕양과 SPG의 지속적인 치킨게임으로 일부에서는 SDG, 창신화학 등이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덕양과 SPG가 공급하고 있는 대규모 수요처를 제외하고 소규모 카트리지 공급방식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만약 국지전에서 전면적으로 싸움이 확대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곳은 덕양과 SPG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수요처 발굴하기도 쉽지않아…
수소의 신규수요는 B2B(Business to Business)가 아닌 수소자동차, 수소연료 등 B2C(Business to Consumer)에서 발굴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는 석유화학기업 공급물량이 절대적이며 반도체, LED, 태양광 등에도 공급되고 있으나 최근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PG 관계자는 “수소 시장은 LED나 태양광과 매출의 80% 정도가 유사하게 따라갔다면 이제는 LED 및 태양광 생산기업들이 기술력을 상당히 높이고 있는 만큼 태양광 및 LED 매출이 신장하더라도 수소 부문의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부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화두는 신규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며 수소자동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체감하는 정도는 낮다”고 밝혔다.
창신화학은 2014년 7월 영국 AFC Energy와 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창신화학이 추진하는 사업은 수소 생산기업이 수소 공급을 맡아 연료전지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첫 번째 사례로 사업방식은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대여하고 LNG, 바이오매스 등 연료공급과 시스템을 공급 및 구축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자, RPS 공급의무 대상인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유가 폭락으로 태양광,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수소자동차에도 예전만큼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으면서 창신화학의 사업도 잰걸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초고순도 수소는 주로 반도체용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고순도에 비해 수익성이 4-5배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유, 석유화학, 철강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기업에 공급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반도체 공정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수소 생산기업이 맞추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기업이 수소 정제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소 공급기업은 반도체기업이 원하는 수준만 맞추어주면 되지만 만약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때 회차시키는 비율도 높기 때문에 운송비가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국내 수소 생산기업들은 반도체 공급용 매출 비중이 일반적으로 전체의 10-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