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대표 한병로)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문제가 된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로 자동차 소재 관련 특허를 신청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의 원료로 사용된 PHMG를 독점 생산해 CDI, 한빛화학 등을 통해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 공급했으나 PHMG로 완제품을 만들거나 직접 판매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수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과거 PHMG를 자동차 실내 살균제로 사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JTBC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005년 기존 흡음재에 농도를 낮춘 PHMG를 넣어 살균성을 강화한 자동차 내장용 흡음재를 특허 출원했으며, 출원서에 「인체에 무해하고 자동차 내부에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명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흡음재는 자동차 내부천장, 발판 등에 스펀지 형태로 사용되며 소리나 진동이 내부로 들어올 때 낮추는 역할을 한다.
SK케미칼은 2003년 PHMG를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했으며, 2004년에는 타이 화학기업에게 PHMG를 공급하면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흡입하면 고통스러운 자극을 느끼게 되고 30분 이상 자극이 지속되면 의료진을 찾아가야 한다」는 응급조치 사항을 기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11년 제출한 MSDS에 다른 내용은 모두 그대로 게재했으나 흡입 경고란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PHMG 수출용은 국내용과 달리 분말 형태여서 흡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액체도 공기를 통해 흡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PHMG는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정부가 각각 2003년과 2005년 유해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환경부가 2006년 「유해물질 전과정 위해성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SK케미칼 직원을 위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시되고 있다.
유해물질 전과정 위해성 평가위원회가 「국내외 공인기관에서 유해하다고 결정된 유해물질」을 평가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PHMG는 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SK 오스트레일리아 자회사가 옥시 성분의 수출을 위해 요청한 「오스트레일리아 화학물질 공고 및 평가법」 절차에서 일부 독성 내용과 흡입 위험의 중대성을 공고했음에도 국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계속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평가위원회에 참여한 SK케미칼 직원이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위원회 결정이 이익에 저해된다고 판단하고 방해했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당시 유해성 평가 전반에 대한 객관적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