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대상이 필수 아미노산(Amino Acid)을 중심으로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료첨가제는 기상조건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변동하는 곡물사료에 첨가함으로써 제조코스트를 절감시킬 수 있고 동물 배설물에 따른 토양의 질소오염 저감,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10개 첨가제가 개발된 가운데 라이신(Lysine), 트레오닌(Threonine), 트립토판(Tryptophan), 메티오닌(Methionine), 발린(Valine) 등 5가지가 상용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사료첨가제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일하게 상용화된 5가지 아미노산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
사료첨가제, 그린 바이오 시장 이끈다!
사료첨가제는 그린 바이오 시장의 선두주자로 호조를 누리고 있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크게 레드 바이오, 화이트 바이오, 그린 바이오로 구분되며 레드 바이오는 헬스케어·의약품, 화이트 바이오는 환경·에너지, 그린 바이오는 농업·식품이 핵심으로 파악된다.
그린 바이오는 중국 등 신흥국에서 소득 증가로 육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원을 공급받기 위해 막대한 양의 사료가 필요해짐으로써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시장규모가 2030년 6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물사료는 대두박과 옥수수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대두박은 천연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으나 가격대가 높고, 옥수수는 가격이 낮으나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지 않아 인공적으로 필수 아미노산을 첨가해야 하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료첨가제가 개발돼 라이신, 트레오닌, 메티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이 상용화됐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유일하게 5가지 아미노산을 모두 생산·판매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으로는 일본 Ajinomoto, 미국 ADM, 독일 Evonik, 중국 GTB, Meihua, Yipin 등이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중국이 가장 큰 수요처였으나 최근 동남아의 육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동남아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사료첨가제는 현지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최근에는 중국보다는 동남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동남아에서 공장 건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라이신 등 아미노산의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것도 동남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이신, 공급과잉 해소돼 안정화…
라이신은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돼 가격이 크게 하락했으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라이신은 돼지의 제1제한 아미노산, 닭의 제2제한 아미노산으로 첨가되고 있으나 수요 신장이 둔화돼 공급과잉이 심화됐고 거래가격이 2011년 kg당 2.15달러 수준에서 2013년 1.65달러, 2014년 1.40달러, 2015년 1.25달러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세계 수요는 연평균 10% 신장하며 2014년 약 230만톤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약 220만톤으로 10만톤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에서 돼지의 유행성설사(PED)가 발생했고 중국에서 돼지 축사의 폐수 규제 등으로 돼지고기 생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PED가 지나간 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축산농가의 생산의욕이 높아져 2016년에는 230만톤을 회복했다.
중국이 자급률을 확대하기 위해 신증설에 주력한 것도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라이신은 제조공정이 까다롭지 않아 중국이 공장을 우후죽순 건설함에 따라 공급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공급과잉이 심화되자 메이저들이 코스트 경쟁력을 앞세워 치킨게임을 벌였고, 가격경쟁을 버티지 못한 중견기업들이 사업을 정리하며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13년 23곳까지 늘어났던 라이신 생산기업은 최근 메이저 5곳을 포함해 12곳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라이신은 공급과잉을 겪으며 오히려 시장이 안정화됐다”며 “최근에는 라이신 가격이 많이 상승해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거래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중국 현물가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신 가격은 6월 기준으로 2017년 톤당 8084위안을 형성해 2015년 8197위안, 2016년 8991위안보다 낮게 형성됐다.
2017년에도 1월 1만1106위안에서 2월 8931위안, 3월 8712위안으로 하락세가 지속됐고 4월 9149위안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5월 8879위안으로 또다시 하락했다.
메티오닌, CJ제일제당이 판도 바꾼다!
메티오닌은 CJ제일제당이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며 세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초 프랑스 Arkema와 4억달러 이상을 합작투자해 말레이지아 소재 L-메티오닌 8만톤 공장을 완공했다.
메티오닌은 석유를 원료로 사용해 화학공법으로 만든 DL-메티오닌이 대부분이었으나 CJ제일제당이 세계 최초로 원당과 포도당을 원료로 채용해 친환경 바이오 발효공법으로 L-메티오닌을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동안 화학공법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아 독일 Evonik, 중국 Adisseo, 미국 Novus, 일본 Sumitomo Chemical 등 4사가 독과점했으나 CJ제일제당이 최초로 친환경 공법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특히, L-메티오닌은 상대적 생체이용률(Relative Bioavailability)이 20-40%로 DL-메티오닌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메티오닌은 진입장벽이 높은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 최초로 친환경 공법 생산에 성공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립토판·발린, 고부가화 선두주자
트립토판은 높은 가격과 안정된 수요로 고부가 사료첨가제의 중심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아미노산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고부가화의 선두두자로 꼽히고 있다.
생산성이 뛰어난 균주 확보와 고난이도 발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2003년 일본 Ajinomoto가 시장을 장악한 뒤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07년 트립토판 생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2010년 새로운 균주 개발에 성공해 트립토판 생산성을 2배까지 상승시키며 생산능력을 2011년 1000톤에서 2012년 1만톤, 2014년 1만3000톤으로 확대했다.
트립토판 수요는 매년 20% 이상 신장하고 있고 대체할 수 있는 대두박 가격이 강세를 이어감에 따라 2017년 하반기에도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린 역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부가화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발린은 가축의 성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배설물에 포함된 질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환경오염과 관련돼 가축 배설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발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발린 역시 일본 Ajinomoto가 단독 공급으로 시장을 독점했으나 2014년 CJ제일제당이 생산에 돌입하며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수요 확대를 위해 판매가격을 낮추어 2017년 거래가격이 전년대비 14% 하락했으나 판매량은 2100톤으로 268% 폭증했다.
하반기에는 판매량 극대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치열한 경쟁으로 거래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아미노산 1위 장악 꿈꾼다!
CJ제일제당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아미노산 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기능성 아미노산은 음료, 건강식품 등 식품소재부터 화장품, 생활용품, 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스테인(Cysteine), 메티오닌, 글루타민(Glutamine), 발린 등은 종류에 따라 면역기능 강화, 모질·피부 개선, 세포 보호 등 생체기능 강화효과가 있다.
다양한 효과를 기반으로 식품, 생활용품에 응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매년 10%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첨단 바이오 소재로 확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5년간 핵심기술 및 설비, 전문인력 확보 등에 대대적인 투자 단행을 예고했으며 수액제, 영·유아용 아미노산 등 의약용 아미노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6년 8월에는 글로벌 바이오 R&D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Metabolix의 연구시설과 설비,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Metabolix의 생분해성 플래스틱 가운데 하나인 Polyhydroxyalkanoate(PHA) 지적재산권을 적극 활용해 앞으로 바이오 소재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매출 4000억원, 시장점유율 35%를 달성해 아미노산 시장에서 글로벌 3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 사업은 시장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불가능하다”며 “식품소재와 바이오소재는 앞으로 전망이 밝기 때문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 라이신 포기할듯 말듯…
대상은 아미노산 사업에 재진입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대상은 1970년대 라이신 사업에 국내 최초로 뛰어들어 핵심사업으로 투자했으나 외환위기가 닥치며 1998년 BASF에게 군산공장을 매각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하지만, 라이신 시황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BASF가 백광산업에게 군산공장을 매각했고, 백광산업은 계속된 시황 악화와 해외 유통망 확보 문제로 결국 라이신 사업을 포기했다.
군산공장은 2015년 대상에게 되돌아갔으며 이후 대상은 라이신은 물론 트레오닌, 메티오닌 등 다른 아미노산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이 폐쇄적인 태도로 라이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대상이 마지못해 라이신 사업을 붙잡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대상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소재 사업에서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 연구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며 “라이신을 포함한 아미노산 등 바이오소재 사업은 앞으로 전망이 밝기 때문에 활발한 R&D를 통해 다양한 아미노산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대상은 2015년 군산공장을 인수할 때 수율이 60% 초반에 불과했으나 현재 70% 이상으로 개선했으며 가동률 역시 70% 초반에서 90% 수준까지 끌어올려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고부가가치 아미노산인 L-히스티딘 개발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