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공급이 증가하거나 수요가 감소하면 하락하고 공급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하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나 최근에는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감소해도 하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비정상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틸렌은 10월 초까지 정기보수가 마무리되고 수익성 호조로 풀가동에 들어감으로써 공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2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중순 1300달러대 후반에 비해서는 200달러 가까이 하락했으나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톤당 650달러에 달해 중합코스트 300-350달러를 고려하더라도 마진이 300달러를 넘고 있다.
특히, PE는 에틸렌 공급이 증가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LDPE는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120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더니 10월 말에는 1250달러를 넘어섰고 LLDPE는 9월 초 1210달러에서 10월 중순 1160달러로 하락했으나 10월 말에는 1200달러에 근접했다. 특히, HDPE는 1100달러 중후반에서 등락한 후 10월 말에는 120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가을철에는 에틸렌 및 PE 가격이 하락하고 겨울철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후 봄철 정기보수 시즌이 돌아오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사이클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무역상을 중심으로 수급을 조작하고 있기 때문으로, 무역상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제조용 원료 수요가 증가해 PE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무역상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석유화학 전문가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무역상들은 수요 부진으로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PS 및 ABS도 곧 크리스마스 선물용품 생산시즌을 맞아 수급타이트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현물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PS 및 ABS는 SM 강세를 이유로 폭등과 급등을 거듭한 끝에 9월 중순 PS는 1500달러 안팎, ABS는 2000달러 초반까지 상승하는 이례적인 초강세를 지속했으나 10월 말에도 100달러 정도 하락하는데 그치고 있다. SM이 1300달러대 후반에서 1100달러대 후반으로 200달러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강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ABS는 자동차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나 2000달러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고, 더군다나 PS는 건축용 성수기가 지남으로써 1200-1300달러로 하락해야 정상이다. ABS 역시 대체소재인 HIPS가 1400달러대 중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1500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져야 마땅하다.
무역상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고 나프타가 50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석유화학제품 가격 인상작업에 열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겨울철 비수기에 접어들었음은 물론 중동산 유입이 증가하고 있고 미국산도 다시 유입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가? 허리케인 충격을 언제까지 써먹을 것인지 묻고 싶다.
문제는 석유화학기업들의 자세로, 수익 올리기를 나무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수급을 조작하면서까지 무역상들과 보조를 맞추는 정직하지 못한 행위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중국 메이저인 Sinopec도 공산당대회가 끝난 마당이어서 환경규제 강화를 빌미로 중국 내수가격 인상 릴레이를 더 이상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다.